박지원 겨눈 검찰, '남북회담 회의록 폐기' 판례 주목
보고서 파기 여부 및 지시 윗선 규명 등 난관 산적..공방 불가피
(서울=뉴스1) 심언기 온다예 기자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첩보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유죄 판례를 근거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유죄 가능성을 따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수사에서는 1차적으로 보고서 삭제 여부가 입증돼야 한다. 보고서 삭제 정황이 실존할 경우 해당 보고서가 공용문서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인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관련 판례를 근거로 유죄 의율이 가능할 것으로 검찰은 판단한다.
다만 이 경우 보고서 파기를 박 전 원장이 지시했는지 여부를 입증할 진술·증거 유무와 함께 다른 기관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보고서를 보관하고 있는 경우 고의 은폐를 위한 공문서 파기로 볼 수 있느냐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박 전 원장의 첩보보고서 삭제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8일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의 판례를 집중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2007년 10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작성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했다는 의혹이다. 1·2심은 삭제된 회의록 초본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람' 항목을 눌러 전자서명은 됐지만 최종 결재된 문서가 아니어서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0년 사건을 유죄 취지로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내용을 한번 더 다듬자라는 뜻에서 재검토로 한다'는 취지 등으로 열람했다는 점에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화록 초본이 담긴 문서관리카드 삭제와 관련해서도 △공문서로서의 효력이 생기기 이전의 서류 △정식 접수 및 결재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서 △결재 상신 과정에서 반려된 문서 등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전자기록'에 포함한다는 기존 대법 판례를 토대로 "미완성의 문서라 하더라도 본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가 노 전 대통령이 결재의 의사로 서명을 생성함으로써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을 뿐 아니라 첨부된 '지시사항'에 따른 후속조치가 예정돼 있으므로 카드에 기록된 정보들은 후속 업무처리의 근거가 된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는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전자기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후속 판단 또는 조치의 근거로 활용된 초벌 성격의 문서도 결재가 된 이상 공문서에 해당해 임의 파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최신 판례인 셈이다. 아울러 판결문에서 정식 결재 전이거나 반려된 문서도 '기타 공문서'에 해당함을 지적한 점에도 검찰은 주목한다.
검찰은 이같은 판례를 근거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보고서가 폐기된 사실이 있다면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용문서는 초본이어도 후속조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면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전자기록'으로 보고 폐기하면 죄가 된다는 것이 대법 결론의 취지"라며 "대통령기록물은 이러이러한 경우, 공용전자기록물은 어떠한 때 된다는 판례에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검찰은 서해피격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생산 보고서 중 정식 결재를 거치지 않은 문서라도 임의 파기된 것이 있었는지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보고서 파기 정황과 증거가 명백하면 관여 인사를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다만 실제 보고서 파기가 있었더라도 다른 기관이 생성한 문서이거나 다른 기관이 보관하고 있다는 점이 명백히 인지되는 상황에서 보안을 이유로 파기했다면 혐의 입증 등을 두고 검찰과 박 전 원장 측의 치열한 법리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전 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문건으로 본 적도 없고 또 제가 보았더라도 지시할 바보 국정원이 아니다"라며 "제가 삭제를 했더라도 국정원 메인 서버에 남는다"고 반박했다. 또 "국정원 서버에서 삭제해도 토대가 된 원 첩보생산처 서버에 원본이 남는다"고 강조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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