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에 몰두하는 세계..한국의 인태 전략은 무엇을 노리나

프놈펜 | 유신모 전문기자 2022. 8.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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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55차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각국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이 4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서 ‘경제 관계를 넘어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윤석열 정부의 아세안 외교 정책이 문재인 정부 때와 달라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경제·통상 문제에 많은 비중을 뒀던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보다 폭이 넓고 전략적 고려가 가미된 새로운 아세안 외교를 지향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 고유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한국이 독자적인 인·태 전략을 구상하게 된 배경과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해주는 단서가 들어 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인도·태평양

바야흐로 인도·태평양의 시대다.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인·태 지역은 모든 나라에게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전략 요충지로 변했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유럽연합(EU)·호주·인도 등 주요 국가들이 앞을 다퉈 인·태 전략을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 됐다.

인·태 지역은 전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몰려있고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지역이다. 세계 각국의 무역·에너지 수급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길목이기도 하다. 각국의 인·태 전략은 궁극적인 목표와 세부 내용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 확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공통의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인·태 지역의 안정과 질서가 유지되어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다. 또한 미국이 강력한 인·태 전략을 펼치면서 동맹·우호국에게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인·태 지역에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불가피성도 각국이 독자적인 인·태 전략을 모색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각국의 동상이몽

인·태 전략의 원조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처음 내세운 일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중심축을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이동시켰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태 전략의 개념을 확립하고 최우선적 대외전략 기조로 내세워 일본과 함께 인·태 전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인·태 전략은 중국 견제가 목적이다. 팽창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해 미국과의 격차를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패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동맹국들을 결집해 중국의 세계패권 도전을 저지하려 한다. 하지만 각국의 인·태 전략이 모두 미국과 뜻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는 지역 라이벌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안보·경제 전략에서 인도 고유의 자율성을 유지하려 한다. 유럽국가들이 인·태 전략은 중국의 패권 도전을 저지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 미·중 충돌로 초래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을 ‘배제’하기보다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 역시 중국의 팽창에 위협을 느껴 미국의 관여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아세안 국가들이 발표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은 미국 주도의 인·태 전략을 상당히 수용하면서도 ‘아세안 중심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 아세안 국가들에게 실익이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또 AOIP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표용성’에는 중국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미·일의 안보전략에서 비롯된 인·태 전략은 세계 주요국들이 참여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초래되는 경제적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가미되고 안정과 경제, 공동번영의 개념이 자리를 잡았으며 최근에는 공급망, 사이버 안보, 재난 대처, 기후변화 등에 대한 협력까지 확대되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한계

아세안 국가들이 집중돼 있는 인·태 지역의 정세는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 정책을 처음 발표했을 때와 매우 달라진 상태다. 세계 각국이 인·태 지역에 몰려들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경제·통상 문제를 넘어 군사·안보까지 포함하는 전략적 접근이 불가피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인·태 전략 수립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의 인·태 전략 수립을 통해 변화된 국제정세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외교·안보 정책과 동질성을 확보하려 한다. 특히 미국의 인·태 전략과 접점을 넓힘으로써 한·미 포괄적 동맹 강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인·태 전략에 과도하게 몰입할 경우 반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세계 각국이 중국의 팽창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면서도 다른 목표와 접근방식, 실행 방안을 가진 인·태 전략을 마련해 접점을 확대해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프놈펜 | 유신모 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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