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튤립을 어머니께..日강제징용 후손의 사모곡
9월 30일까지 삼청동 월하미술
일제시대에 이주한 재일동포의 고난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에서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승화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제징용 부친을 따라 온 가족이 일본에서 차별·가난과 싸웠던 경험을 대담한 원색과 거친 질감으로 표현한 재일동포 화가의 작품 세계가 펼쳐져 눈길을 끈다. 재일동포 안천용 화백(85)의 특별전 '그리움을 담다'가 오는 9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월하미술에서 열린다.
출품작 30여 점 대부분은 어머니를 향한다. 어머니를 그린 '바라보다' 연작과 튤립을 꺾어다 어머니께 드렸던 추억에서 비롯된 정물화 '그리다' 연작이 그것이다. '머물다' 연작은 고국의 다양한 풍경을 담았다.
안 화백은 "인물화를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꼭 어머니를 그리게 된다"며 "어머니는 미인도 아니고, 글자도 모르는 분이지만 강인하셨다. 자식을 지키겠다는 어머니 의지가 자연스레 담긴 듯하다"고 밝혔다.
1937년 경북 포항 태생인 그는 5세 때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아버지를 찾아 어머니, 갓난 여동생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부친과 극적으로 상봉한 가족은 동해와 접한 시마네현에 정착했다. 부친은 공사장 노동을 하고, 모친은 술을 빚으며 생계를 이어 갔다. 6남매의 장남인 작가는 소학교 때부터 미술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고 화가의 꿈을 키웠다, 무사시노미술대학 서양화과에 입학해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강제징용 후손 장학금으로 공부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작가는 젊은 시절 한국말도 전혀 못하면서 '조선인'이란 멸시와 차별을 견뎌내야만 했다. 아들 넷을 키우기 위해 사업을 해야 할 때 그림은 도피처였고, 함께 그림 그리는 친구들이 버팀목이 됐다. 그림의 서명도 한국어만 고집했다. 10년 전 무려 71년 만에 처음 모국을 찾은 그는 9년 전 아예 귀화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좀 더 나다울 수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다"며 "고국 산천과 당산나무 등 사라져 가는 고유의 풍경을 큰 화면에 담아내고 싶어 300호 캔버스를 짜놨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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