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늘소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요"
북한産 장수하늘소 확보해
세계최초로 인공증식 성공
자연방사 전 야외적응 실험
천연기념물 곤충 3종 외에
멸종위기 처한 종들도 보호
강원 영월군에 있는 천연기념물 곤충연구센터는 장수하늘소 되살리기에 가장 적극적인 기관 중 하나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장수하늘소 인공증식에 성공한 이곳은 지난해 장수하늘소 성충이 우화(번데기가 성충으로 변하는 것) 후 나무에 구멍을 뚫고 나오는 장면도 최초로 촬영했다.
천연기념물 곤충연구센터는 지난달에도 장수하늘소의 야외사육장 우화에 성공하면서 장수하늘소의 유충기가 기존에 알려진 5~7년보다 이른 3~5년이라는 점을 규명해냈다. 나무 속에서 유충기를 마친 장수하늘소는 보통 6~9월에 성충으로 나타나 3개월가량 산다.
장수하늘소 증식 연구를 이끌고 있는 이대암 천연기념물 곤충연구센터장(사진)은 "2017년부터 시작한 장수하늘소의 야외사육장 우화 실험은 장수하늘소의 자연 방사를 위한 준비 단계일 뿐 아니라 이 곤충이 기존에 알려진 서식지 범위를 넘어 한반도 중부 이남 지방에서도 잘 생육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중국 만주 동북부, 동부시베리아 우수리 지방에 국한해 분포된 것으로 알려진 장수하늘소는 현재 국내에서는 경기 포천시 광릉숲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다.
센터는 2002년 이 센터장이 국내 최초로 개관한 곤충박물관인 영월곤충박물관의 부설기관으로서 천연기념물 곤충의 생물학적 기초 연구조사를 토대로 이들의 증식과 복원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법적인 보호를 받는 곤충은 장수하늘소와 산굴뚝나비, 비단벌레가 있다. 현실적인 여건에서 우선순위를 고려해 제주도가 서식지인 산굴뚝나비보다 다른 두 곤충이 센터의 주요 관심 대상이다. 하지만 그가 복원에 성공한 멸종·멸종위기 곤충은 다양하다. 붉은점모시나비와 물장군, 두점박이사슴벌레, 상제나비 등이 대표적인 인공증식 사례다. 이 중 상제나비는 서식지 조성과 방사를 현실화하는 단계를 모색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멸종위기 곤충 복원 과정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절차로 '원종 확보'를 꼽았다. 멸종위기종의 인공증식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개체를 자연으로 방사하려면 그것이 기존의 개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지, 또 자연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엄격하게 따져야 해서다. 증식된 종이 자연 상태에 적응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그의 연구 범위에 곤충별 서식지 연구와 조성·관리가 포함된 까닭이다.
장수하늘소 복원 과정은 그 같은 노력의 대표 사례다. 이 센터장이 증식한 장수하늘소는 북한산이다. 당초 러시아과학원으로부터 2008년 30마리의 장수하늘소 유충을 받기로 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생물자원 유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수급에 제동이 걸렸다. 그는 같은 해 중국 곤충학자를 통해 북한 곤충시장에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때 구한 장수하늘소 한 쌍이 2013년 성공한 인공증식의 '밀알'이 됐다. 그는 이때 얻은 장수하늘소 생태 연구를 기반으로 2018년 고려대 생명환경과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젊은 날 본업인 건축가로서 호주 시드니대에서 받은 건축학 박사 학위에 이은 두 번째 박사 학위다.
이 센터장의 '곤충 사랑'은 나비로부터 시작했다. 대학생 때 제비나비가 우연히 얼굴을 스쳐 지나간 경험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후 40여 년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나비 표본을 만들었다. 그의 표본들은 현재 박물관의 주요 자산이자, 멸종위기 곤충을 되살리겠다는 마음의 동력이다. 표본 제작을 위해 많은 곤충을 살생했다는 죄책감의 발로다.
이 센터장은 최근 전남 광양시 백운산 일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단벌레 연구와 함께 러시아과학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장수하늘소의 서식 조건을 실험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장수하늘소의 서식지가 줄고 있다는 인식이 많지만 실험 결과는 정반대다. 현재 위도별 생장 특성을 확인하는 중인데 결과에 따라 장수하늘소의 복원 작업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양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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