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내게 죽으라 등을 떠민다" 15비 공군 성추행 피해자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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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온전히 슬퍼하고 피해를 극복하는 순간이 있었을까. () 피해자로서 극복도 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극복이 되지 않는다."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에서 남성 군인이 여성 군인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군인권센터가 4일 공개한 피해자 메모의 한 대목이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메모를 공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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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궁지로 몰아"
공군 "엄중히 받아들여..심각성 인식"
“내가 온전히 슬퍼하고 피해를 극복하는 순간이 있었을까. (…) 피해자로서 극복도 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극복이 되지 않는다.”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에서 남성 군인이 여성 군인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군인권센터가 4일 공개한 피해자 메모의 한 대목이다. 피해자는 군인권센터를 통해 성추행 뒤 군으로부터 적절한 피해자 보호 조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15비는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부대이기도 하다.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와 2차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변한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지난 6월30일 피해자인 ㄱ하사가 군검찰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적은 메모를 공개하며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였던 고 이예람 중사가 겪었던 고통을 비슷하게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메모를 공개한다고 전했다.
ㄱ하사는 갑자기 피해자에서 ‘피의자’가 되며 피해를 극복할 시간도 없이 고통받는 심경을 메모에 남겼다. ㄱ하사는 지난 1~4월 직속 상관인 ㄴ준위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해 군에 신고했고, ㄴ준위는 지난 4월26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군경찰 조사 과정에서 ㄱ하사는 군경찰 조사 과정에서 주거침입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겨지며 졸지에 피의자가 됐다.
ㄴ준위의 괴롭힘 행각에 연루됐다는 이유인데, ㄴ준위는 ㄱ하사를 코로나19에 확진된 한 군인 집에 데려가 ‘확진자와 입을 맞춰 코로나에 걸리라’는 등 황당한 지시를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메모에서 ㄱ하사는 “내가 뭘 잘못 한 걸까 생각해보았다. 나는 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내가 따라가기는 했으나 모든 걸 지시한 건 ㄴ준위였는데 이렇게 내 발목을 또 잡는구나”라고 적었다.
ㄱ하사는 메모에 “군이 나에게 죽으라고 등을 떠민다. 제대로 된 보호도 해주지 않으면서 모든 걸 온전히 나에게 버티라고 내버려 둔다”며 군의 대처가 적절하지 않다는 심경도 비쳤다. 현재 그는 부대로 돌아가지 못해 3개월이 넘도록 청원휴가를 사용하고 있다. 끝까지 부대 복귀를 허가해주지 않자 결국 최근 부대 이동을 신청해둔 상태다.
군인권센터는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를 신고하는 것은 회복과 치유를 통해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공군에서 피해를 신고했던 성폭력 피해자들은 한없이 궁지로 몰리기만 한다”며 “공군은 면피용 해명으로 책임을 면할 궁리를 그만두고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충분히 반성하기 바란다. 그 시작은 관련 책임자들을 엄중히 수사, 조사하여 응당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대체 우리 군의 무엇이 달라졌는지, 1년 동안 저는 위원회에서 무엇을 했던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며 공군 병영혁신자문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공군은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윤석 공군 서울공보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러 문제점을 식별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양성평등(자문)위원회에서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공군)수사인권위원회를 개최해 지속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장기 복무’ 빌미로…이예람 중사 근무 부대서 또 성추행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3212.html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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