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팽나무' 마을 땅값 2배 올라?..가슴 친 마을 이장
하루 수백명 관광객 차량 마을길 점령..농기계도 못 다녀
(창원=뉴스1) 강대한 기자 = “경남 창원에서 제일 유명한 마을이 됐죠. 그런데 솔직히 마을사람들에게 좋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4일 ENA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으로 연일 관광객이 몰리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부북리 동부마을에서 만난 윤종한 이장(61)의 말이다.
이곳은 드라마 7·8화에서 나온 ‘소덕동 팽나무’가 자리한 작은 시골마을이다. 드라마에서는 소덕동의 도로 건립 계획으로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가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면서 마을이 안정을 찾아간다는 스토리를 그렸다.
드라마 방영 이후 마을에는 하루에도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마을 진입로는 주로 농기계가 다니던 좁은 이면도로인데, 하루 종일 주차행렬로 주민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동부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직 농번기가 아니라서 이렇게 주차를 해둬도 주민들 불평불만이 덜한데, 나중에는 어떻게 할지…”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주차문제 등을 감내하더라도 마을 유명세는 주민들에게 불편한 진실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마을 땅값 2배로 상승, 관광객을 상대로 한 바가지 상업 등 갖가지 풍문에 마음까지 언짢다.
윤 이장은 “우영우 드라마로 땅값이 올랐다는 소리는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마을 일은 이장이 알고 있는데, 이 동네 살면서 최근 10년가량 어디 땅이 팔리거나 한 소식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부북리의 농지 1필지가 직전 거래보다 2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직전 거래일이 2013년 11월으로 약 9년 전의 일이다. 그 외 거래된 토지들 대부분이 현재 시세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가격으로 파악된다.
윤 이장은 “드라마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땅값이 오르겠느냐”면서 “오히려 땅값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지법상 농지는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소유해야 하는 점과 농지 구입시 영농 계획 등을 밝히고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받아야 하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다 마을 당산제(堂山祭)를 여는 ‘팽나무’가 이번 드라마 여파로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된다면 더욱 동부마을 땅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인근에 있는 다수의 부동산에서도 “요즘 토지 거래가 거의 없다”고 증언했다.
팽나무가 문화재가 되려면 현상변경 허용기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 기준안에 문화재 반경 일정 거리에 대해 건축허가나 개발행위 등을 1·2·3구역으로 나눠 제한한다.
전국적으로 팽나무가 문화재로 지정은 2곳이 있다. 이 사례에 비춰 보면 문화재 팽나무의 반경 2구역 200m 내는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계획 조례에 따라 개발이 가능한 3구역은 300m까지다. 팽나무 반경 200m 내 동부마을 주택 대부분이 포함된다.
지한열 동부마을 전 이장(64)은 “당장에 주차장 만드는 것도 행정변경 등을 이유로 쉽지 않은 상황인데,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면 주택이나 토지 거래는 더욱 없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또 시세보다 높게 거래됐다고 거론되는 지역은 같은 부북리는 맞지만 약 1.5㎞ 떨어진 다른 동네라고 설명했다.
마을 어귀에서 판매하고 있는 생수·아이스크림 등에 대해 바가지 상업이라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윤 이장은 “대략 1개를 팔아 400원 정도가 남는데, 200개를 팔아도 8만원으로, 주민 2, 3명이 판매하고 있고 식대, 전기세를 떼면 인건비도 안 나온다. 봉사활동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팽나무 주변으로 반려견을 데려오는 관광객과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관광객에 대해서도 자제를 당부했다. 이 팽나무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며 지내는 당산제가 열리는 곳으로 주민들은 성지로 여겨 반려견의 배설물이나 소음을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것이다.
팽나무 바로 앞에 위치한 암자를 관리하는 조규현씨는 “팽나무를 구경하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아침·새벽도 없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작은 시골마을의 안식처이던 팽나무가 유명세를 치르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리자 주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rok18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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