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지원 못 받는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
[앵커]
우리나라에 들어와도 탈북민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북한 주민 자녀들이 있습니다.
부모가 탈북하는 과정에서 중국이나 동남아 등 '제3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인데요.
탈북민들의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한 각종 지원에서 배제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북한 주민 5명이 중국 단둥으로 밀입국하다 3명이 체포되고 2명이 달아났습니다.
북한 내 폭발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봉쇄령이 내려진 가운데 일어난 집단 탈북이었는데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북한 주민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탈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탈북한 사람 중 우리나라에 입국한 탈북민 수는 지난 6월 기준, 어느덧 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초중고교에 다니는 탈북 청소년 수만 해도 2천 명대에 이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탈북 청소년 세 명 중 두 명꼴로 남북한이 아닌, '제3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부모가 탈북 과정에서 다른 나라를 경유하던 중에 출산했기 때문인데요.
탈북 가정 자녀지만, 출생지가 북한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 17살 소녀는 탈북민 엄마를 따라 3년 전인 14살에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태어난 곳은 중국이지만, 목숨 걸고서라도 오고 싶었던 곳은 한국이었습니다.
[천○○/제3국 출생 탈북민/음성변조 : "엄마 때문에 왔어요. 탈북자 언니·오빠들이랑 똑같은 방법으로 왔어요. 배 타고 산도 걸어 왔어요."]
이 가족처럼 탈북민 상당수가 우리나라로 직행하지 못하고 중국이나 동남아 등 제3국을 거칩니다.
그곳에서 은신해 살면서 사회의 숨겨진 일원으로 숨 죽이며 체류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태어난 아이들, 이들을 가리켜 '제3국 출생 탈북민'이라고 부릅니다.
주거 지원금과 정원외 특례입학, 직업훈련, 모두 정부의 탈북민 지원 정책인데요.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들은 이런 지원과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현행법상 실질적으로 북한에서 태어나고,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아야만 탈북민으로 인정받고 지원도 받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언어, 문화 등의 차이로 적응은 더 어렵습니다.
[천○○/제3국 출생 탈북민/음성변조 : "같은 탈북자 신분이고 그 분(탈북민)들은 한국어 잘하지만 저는 한국어 때문에 두 배로 힘들어요."]
이 탈북민의 아들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4년 전 17살에 입국했는데 입시에서도, 취업에서도,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허○○/탈북민/음성변조 : "너무 안타깝고 애를 과연 어떻게 이 사회에 적응시킬까 하는 것도 저한테는 너무 큰 숙제 같아요. 아들 혼자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탈북민은 군 복무도 선택 사항입니다.
사회 적응을 돕자는 취지인데요.
'제3국 출생'의 경우 군대에 안 가면 한국 국적을 안 줍니다.
[도레미/탈북민 대안학교 '반석학교' 교감 : "데리고 와서 정말 잘 키우려고 하는데 모든 상황과 여건은 하나도 지원되지 않고 어려우니까 다시 악순환이 되는 거죠."]
제3국 출생 탈북민 지원법이 지난 국회에서도 발의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그 이후로는 법안 논의가 없는 상황인데요.
전문가들은 북한 이탈 주민을 '가족 단위'로 지원해 제도를 보완하자는 대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제3국 출생 청소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이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해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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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화경 기자 (vivi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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