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 죽은 돼지의 심장 다시 뛰게 해..죽음의 정의 바뀔까
죽음은 되돌릴 수 있는 것일까요? '심장이 멈춘 것'을 죽음으로 보는 지금의 '죽음'을 일컫는 정의는 변할 수 있을까요? 최근 미국에서 발표한 한 연구 결과가 던지는 질문들입니다. 약물을 써서 이미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했기 때문입니다.
■ 특수 용액 주입하자, 죽은 돼지의 심장이 다시 뛰어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현지시간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죽은 돼지의 장기를 되살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네나드 세스탄 교수는 2019년 도축장에서 가져온 돼지의 뇌에 약물을 주입해 뇌세포 일부를 되살려서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이번엔 하나의 장기가 아니라 돼지의 전신에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돼지를 마취 상태에서 심정지를 유도해 죽은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한 시간 뒤 오르간엑스(OrganEX)라는 특수 용액을 혈액에 주입했습니다. 오르간엑스는 영양분과 소염제, 신경 차단제, 돼지 피 등을 섞어서 만든 특수 용액입니다. 이후 6시간이 지났더니 멈췄던 심장이 다시 활동과 수축을 시작했고, 간과 신장, 뇌 등의 세포가 기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돼지의 사체처럼 몸이 뻣뻣해지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돼지가 의식을 되찾지는 못했습니다. 오르간엑스에 포함돼 있던 신경 차단제가 뇌 신경이 활성화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인데요. 즉 개별적인 뇌세포가 살아나긴 했지만,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조직적인 신경 활동이 일어나지는 못했습니다.
■ "장기 이식엔 획기적"…사람에 적용하기까지는 오래 걸릴 듯
이번 연구는 사람이 사망한 뒤, 장기를 다른 사람에 이식할 수 있게 오래 살려두기 위한 목표로 진행됐습니다. 장기 이식 전문가인 로버트 포르테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박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가 장기 기증에 있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장기를 기증할 환자에게서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야 장기를 꺼냅니다.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해도 이들이 바로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약하게 심장 박동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기다리는 동안 장기가 훼손되기 쉽습니다. 이로 인해 기증을 원하는 경우의 50~60% 가량은 기증할 수 없게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기술로 장기를 오랫동안 살려둔다면 이식될 수 있는 장기의 양을 더 늘릴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아직은 초기 실험실 연구 단계이고 "실제 사람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스테판 라탐 예일대 '생명윤리 학제간 센터'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밝혔습니다.연구팀은 이렇게 살린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고 이식될 수 있는지, 이미 손상된 장기를 복구할 수 있는지도 연구할 계획입니다.
■ '죽음'은 무엇인가 질문 던져
이번 연구는 논쟁적입니다. 네이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심장사가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도전하고, 죽음의 정의에 대해 윤리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동안 심장이 멈춘 상태는 죽은 것이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 졌는데요. 하지만 이번 실험은 죽은 생물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고요. 다만 그렇다고 돼지가 온전히 살아있다고 보긴 어려워 기존의 정의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이번 연구로 기술이 좀더 발전했을 때 윤리적인 문제들도 맞닥뜨리게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신경 차단제를 쓰지 않아 뇌가 다시 기능할 수 있게 된다면, 죽은 생물체를 다시 살릴 수도 있다면 이것이 바람직할지도 생각해 봐야 되고요.
장기를 보존하기 위해 약물을 썼는데, 장기를 기증할 생물의 의식이 돌아온다면 이것이 윤리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을지, 어려운 질문들이 제기될 수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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