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통령이 휴가 중에 방한한 인사를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
DJ, 20년전 美하원의장 청와대 초청 오찬..朴, 청와대서 펠로시 접견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유경민 인턴기자 = 미국 의회의 1인자이자 국가 의전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미국 하원 의장으로는 20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지만,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별도 면담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을 두고 각종 추측이 쏟아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이 4일 오후 펠로시 의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미 동맹 관계를 고려하면 휴가 중이라도 당연히 만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대통령은 휴가 중이기 때문에 휴가 중에 국회의장이 파트너인데 (펠로시 의장을)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대통령이 휴가 중에 방한한 인사를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보도했다.
과연 그럴까.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외교적 부담 등에 대한 해석은 차치하고, 일단 역대 대통령 중 휴가 기간 외국 인사를 만난 사례가 있는지 살펴봤다.
DJ·文, 여름 휴가지서 방한 인사 접견…MB, 휴가 일정 단축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여름 휴가 중에 대통령 휴양시설인 청남대에서 방한 중인 윌리엄 코언 미국 국방장관을 접견했다.
당시 김 대통령과 코언 장관은 한국의 사거리 500㎞ 미사일 자체 연구개발 문제를 논의했고, 북한 미사일 재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쿠웨이트 총리를 만나기 위해 취임 첫 여름 휴가 일정을 줄이기도 했다.
2008년 당시 이 대통령은 당초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간 첫 여름 휴가를 떠날 계획이었으나 이를 닷새로 줄이고 여름휴가 종료 다음 날 셰이크 나세르 쿠웨이트 총리를 만났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나세르 총리가 면담을 요청했다는 보고에 "여름휴가 때문에 외국 총리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휴가 일정 조정을 지시했다. 이를 놓고 이 대통령이 평소 자원외교를 강조해 온 만큼 세계 5위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쿠웨이트 총리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2011년에는 휴가를 앞두고 집중 호우에 따른 산사태 등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커지면서 수습책을 마련하느라 당초 예정보다 이틀 늦게 떠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첫해인 2017년 4박5일 간의 여름 휴가 기간에 휴가지인 경남 진해 해군기지 내 해군 공관에서 리아미자드 리아쿠두 당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했다.
리아미자드 장관은 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에 잠수함을 인도하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한국을 공식 방문한 상태였다.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춘추관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리아미자드 장관에게 "인도네시아가 한국산 잠수함을 최초로 인수한 나라가 됐는데 기존에 합의한 1차 잠수함 협력사업에 이어 2차 잠수함 사업에도 한국이 다시 참여할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말하는 등 양국간 방산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그 당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로 미일 정상이 전화 통화를 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휴가 이후로 미루자 야당에서 '코리아 패싱'(한반도 문제에 대한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하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청와대 측은 "의제가 협의될 때 통화하는 거지, 휴가 기간이라 통화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DJ, 20년전 방한한 美하원의장 청와대 초청해 오찬
펠로시 의장의 의전 등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펠로시 의장의 '카운터파트'는 우리나라 국회의 수장이자 국내 의전 서열 2위인 김진표 국회의장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는 점도 고려된 부분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역대 대통령이 방한한 외국 의회 인사를 접견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당시 이만섭 국회의장 초청으로 방한한 데니스 해스터트 미국 하원의장 일행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한반도 정세 등 공동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에 방한한 펠로시 의장은 앞서 2015년 미국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찰스 랭글(민주·뉴욕) 의원 등 하원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하원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1시간 넘게 접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0월 방한한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상원의장과 만나 한·러 관계를 집중 논의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마트비옌코 의장은 당시 방한에 앞서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러시아 사절단 대표로 방북,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하고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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