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펠로시 40분간 전화회담.."JSA 방문, 한미 대북 억지력 징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40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동맹 강화 방안을 비롯해 위안부 문제까지 전방위적 토론을 나눴다.
이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늘 오후 2시30분부터 40분에 걸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배석한 하원의원, 주한미국대사 이렇게 1+6 방식의 전화회담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펠로시 하원 의장을 비롯해 그레고리 믹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마크 타카노 하원 재향군인위원장, 수전 델베네·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연방하원의원, 앤디 김 연방하원의원, 주한대사 등 6명이 배석했다.
먼저 펠로시 의장은 "윤 대통령의 첫 여름 휴가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배석자를 한 사람씩 소개하면서 일대일 현안별 토론이 이뤄졌다. 외교, 국방, 기술협력, 청년, 여성, 기후변화 이슈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펠로시 의장은 "한미동맹은 여러 관점에서 중요성이 있지만 특히 도덕적으로 볼 때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최근 워싱턴 한미 추모의 벽 제막식이 거행됐듯이 그동안 수십 년에 거쳐 수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을 양국이 반드시 지키고 가꾸고 나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한미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함께 강구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약속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앞으로 발전시키는 데 미국 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펠로시 의장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이 예정된 데 대해 "이번 펠로시 일행의 방문이 한미간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 순방이 끝까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배석한 하원 의원들에게 "지역구에서 한인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부탁한다"고도 언급했다.
이밖에 펠로시 의장은 미 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것을 언급하면서 "위안부 문제도 결국 인도적 현안이다. 이 문제에 미국도 신경을 많이 써왔는데 과거의 아픈 기억을 딛고 한일간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확대회담처럼 진행된 이번 전화통화에선 배석한 하원 의원들도 다양한 언급을 했다. 믹스 외교위원장은 곧 있을 유엔 총회에 윤 대통령이 꼭 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카노 재향군인위원장은 최근 워싱턴 추모의 벽 행사를 축하하면서, 박민식 보훈처장과 함께 한미 보훈 협력과 관련해 한미 의회가 어떻게 뒷받침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델베네 세입세출위원장은 반도체, 기술혁신, 글로벌 무역 공급망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반도체 법안으로 양국이 수혜를 누리며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했다. 크리슈라무르티 의원은 양국이 한미동맹을 70년간 발전시킨 것을 평가했다.
김 의원은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방한 기간 중 한국 청년들과 라운드테이블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여성의 권리, 평등 문제, 기수 변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토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김 의원의 쓰레기 줍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방미 때 꼭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덕담을 나눴다.
안보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펠로시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고 전화통화가 이뤄진 데 대해 "약 2주 전 펠로시 의장의 동아시아 방문 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할 때 면담이 가능한지 전달이 왔다"며 "그때 지방휴가 계획을 확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기간에 꼭 오셔야 하면 힘들지 않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대만 방문 관련 미중간 현안이 그 후에 발생하기 시작했고 양국은 그럼에도 안 만나기로 유지했다"며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일찍 전화통화를 타진했고 흔쾌히 펠로시 의장이 기쁘다면서 같이 온 모든 사람과 통화하고 싶다고 해서 긴 통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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