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만들고 모은 '경비노동자 조례'..구의회 파행으로 진행 안갯속
주민들이 '경비노동자 조례'를 직접 만들고 서명을 모아 의회에 제출했다. 대전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경비노동자와 관련해 진행된 첫 주민 발의 운동이라고 단체는 설명한다. 다만 의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향후 진행은 안갯속인 상황이다.
'경비노동자 노동환경 조례로 바꿔보자'…주민 2826명 동참
대전과 대덕구의 20여 단체·정당이 모인 '대덕구 공동주택 노동자 인권증진 및 고용안정에 관한 조례개정 운동본부'는 4일 대전 대덕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개정을 위해 2826명의 청구인명부를 대덕구의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조례로서 바꿔보자는 논의가 시작됐고, 경비노동자 당사자를 비롯해 대덕구의 주민과 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주민 발의 운동이 시작됐다. 주민 발의제란, 지역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례 제정을 주민이 직접 추진하는 제도다.
운동본부가 주축이 돼 조례 개정안을 만들고, 직접 청구인 서명을 받아나갔다. 선거권이 있는 구민의 1/70, 대덕구에서는 2178명 이상이 청구인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실제 이를 웃도는 2826명이 서명에 동참했다고 운동본부는 설명했다.
운동본부는 "경비노동자들의 고통과 절실한 외침에 2826명이 서명으로 화답했다"며 "아직도 이 폭염 속에 에어컨 없는 경비실이 있다는 것, 숨 막히는 습기로 제대로 쉴 수조차 없는 현실, 3개월 초단기 계약으로 계약 연장이 안 될까봐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얘기는 꺼낼 엄두도 못내는 경비노동자들의 현실을 알게 된 대덕구민들께서는 너나없이 서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셨다"고 말했다.
조례안에는 △공동주택 노동자를 위한 기본시설을 설치하고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지자체 보조금을 신청하는 경우 우선적 지원 △공동주택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노무 상담 및 정책개발 △자치관리 및 장기고용으로 전환하는 공동주택은 모범단지 선정, 공동주택시설지원, 공동체 활성화사업 등 선정에 우선권 부여 △연 1회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에 대한 노동인권교육 실시 의무화 등 경비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바꿀 수 있는 지자체의 권한과 책무를 담았다.
운동본부는 대덕구의회에 청구인명부를 전달하며 "이제 대덕구민의 요청에 대덕구의회가 화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구의회 파행에 주민조례 첫 단추부터 '삐걱'
주민조례안이 제출됐지만 대덕구의회의 '화답'이 언제 이뤄질진 미지수다. 구의회가 '감투싸움'으로 출범한 지 한 달이 넘도록 파행 중이기 때문이다.
청구인명부가 제출되면 의장은 집행부에 명부 조회를 요청한 뒤 접수일로부터 5일 이내 공표해야 한다. 이날 청구인명부가 접수돼, 오는 9일까지는 의장이 공표해야 한다.
하지만 대덕구의회 의장은 현재까지 선출조차 되지 못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소속 의원이 각각 4명씩인 대덕구의회는 원 구성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7~21일 제263회 임시회를 열었지만, 원 구성을 마치지 못한 채 회기를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해 대덕구의회 측은 "의회에서 접수 뒤 접수일로부터 5일 이내 공표해야 하나, 의장이 선출되지 않아 의회 원 구성 이후 행정 절차에 따라 조속히 진행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주민청구조례안의 경우 '자동 폐기 예외 대상'이기에 관련 절차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폐기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당장 주민조례안이 폐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구의회가 정상화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지 가늠할 수 없는데다 정상화된 뒤 관련 절차가 속도감 있게 처리된다는 보장도 없어 조례개정 청구의 이후 절차 진행을 두고 우려가 높다. 또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지와 노력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덕구의회의 이 같은 모습에 지역사회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운동본부는 "정치가 어느 때보다도 민생을 살피고 구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할 시기에 자리다툼과 정쟁으로 제 역할을 방기하는 것은 그 무슨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하며 "대덕구의회는 대덕구 최초의 주민발안 조례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 안고 주민의 뜻을 받들어 조례를 조속히 통과시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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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CBS 김정남 기자 jn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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