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미·중 긴장 고조 우려.."공개 충돌로 치닫을 위험"(종합)
기사내용 요약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서 공동 성명 통해서 밝혀
아세안 뿐 아니라 미·중·일·러 외무장관들도 참석
아세안, 미·중 갈등 고조에 공개적으로 우려 표명
우크라이나 사태, 북핵 문제 등 논의 여부도 관심
한 달만에 만난 토니 블링컨·왕이, 별도 회동 안 할 듯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동남아 외교장관들은 4일 중국이 대만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과 관련, "공개적인 충돌(open conflicts)로 치닫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자제를 촉구했다고 AP통신과 AF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긴장과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3~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제55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격분한 중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대만 봉쇄' 군사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아세안 10개국 장관들은 중국의 이같은 군사훈련을 "도발적 행동"이라고 간주하고 경고했다.
아세안 외무장관들은 4일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오산, 심각한 대립, 공개적인 충돌, 그리고 강대국 간의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세계는 평화, 안정, 안보,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우리의 공동 목표를 위해 다자주의와 파트너십, 협력, 평화 공존 및 건전한 경쟁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지도자들의 지혜와 책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함께 행동해야 하며 아세안은 긴장 완화, 우리 지역의 평화, 안보 및 개발을 보호하기 위해 아세안 주도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모든 당사자 간의 평화로운 대화를 촉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꿍 포악 캄보디아 외무차관 겸 아세안 대변인은 미·중 양측이 상황을 안정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긴장 완화가 일어나고 대만 해협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도 중국의 대응을 비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방문을 대만해협에서의 공격적인 군사행동의 빌미로 삼을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증가하는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에 반발하면서 미·중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와 맞물려 더 주목받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무장관 회의에서는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이 비공개로 별도 회담을 가졌으나 캄보디아에서도 별도 회담을 가질지는 불투명하다.
아시아 순방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놓고 중국 외교부는 "불장난을 하는 자는 불로 죽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양국간 마찰이 고조된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펠로시 의장이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하는 미국 최고위 관리가 된 것에 대해 반대했던 만큼 당분간 냉각기를 이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 연구소(Lowy Institute)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로 인한 세계 식량 및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 중국-미국 간 갈등 고조는 아세안 10개국에게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아세안 지역의 외무장관이 직접 만나는 지역회의이기 때문에 미국, 중국, 심지어 러시아에게도 이런 회의는 아세안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고 자신들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기회"라고 지적했다.
아세안은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으로 구성된 동남아시아 10개 회원국의 정치 및 경제 연합으로 정부 간 협력을 증진하고 아시아 태평양 회원국 간의 경제, 정치 및 사회 문화적 통합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은 캄보디아로,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대면 회의로 열리게 됐다.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 외무장관들도 참석하면서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북핵 문제 등을 놓고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관심이다.
A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번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하면서 거의 한 달만에 조우하게 됐지만, 둘의 만남은 불투명하다.
블링컨, 라브로프 두 장관은 지난 7월 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별도로 만나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 억류된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 전 해병대원 폴 휠런을 미국에 수감중인 러시아 무기상 빅토르 부트와 맞교환하는 방식의 석방을 라브로프 장관에게 제안, 이를 수락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 라브로프 장관 모두 최근 여러 차례 해외 순방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라브로프 장관은 아프리카에 집중했고, 왕 부장은 5월에 여러 태평양 섬을 방문했고 지난달에는 동남아시아를 5개국 돌았다. 블링컨 장관은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가 끝난 후 필리핀을 들른 다음 아프리카로 향한다.
이번 회의 일정에서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도 주목받고 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총 27개 국가·지역으로 구성된 ARF에는 아세안 국가 외교장관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 외교장관들이 이번에 모두 참석한다.
ARF는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협의체로, 이번 ARF 회의에는 최선희 신임 외무상 대신 안광일 주아세안대표부 대사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파견될 것으로 전해졌으며 북핵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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