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갈등..전시에 내부 결속 흔들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봉합됐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 종결이 요원한 상태에서 자칫 우크라이나의 내부 결속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WP는 최근 주요 도시 시장들 사이에서 젤렌스키 정부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을 장악하고 미래의 정치적 라이벌들인 지방정부 리더들을 견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남동부 드니프로의 보리스 필라토프 시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WP에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전쟁 기간 중 독재적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라토프 시장이 전시에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지난달 22일 젤렌스키 정부가 필라토프 시장의 측근인 유대인 올리가르히(신흥재벌) 헤나디 코르반의 우크라이나 시민권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드니프로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코르반은 이스라엘 여권과 우크라이나 여권을 모두 소지하고 있었으나 지난달 22일 우크라이나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서부 국경 검문소에서 우크라이나 여권을 압류당했다. 코르반은 2014년 이후 드니프로 지역 국토방위군을 책임지고 있는 유력 인사다. 우크라이나 법률은 이중국적을 금지하고 있으나 상당수가 이중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전쟁 발발 당시 적어도 8000명의 이스라엘 국적 소지자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북부 체르니히우 시장 블라디슬라프 아트로셴코도 지난달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들이 자신을 축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배경에는 젤렌스키 정부 출범 후 중앙과 지방정부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우크라이나 여당은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뒤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승리했으나 이듬해 10월 지방선거에서 주요 10개 도시 시장직을 모두 야권에 내줬다. WP에 따르면 주요 도시 시장들은 대부분 2013~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축출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 또는 2019년 대선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맞붙었던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 지지자들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출범 후 정치권의 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했으나 지방정부의 반발에 부딪쳤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중앙정부의 봉쇄 명령에 저항하는 지방정부와 또다시 충돌했다. 지난 2월24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같은 갈등이 일시적으로 수습됐다.
WP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강력한 전시 지도자로 부상하고 서방의 지원이 밀려들면서 중앙정부의 힘이 커진 반면 상대적으로 권한과 자원이 허약해진 지방정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오리시아 루트세비치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승리하려면 시장들을 경쟁자가 아니라 같은 팀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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