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챌린지' 뇌사 빠진 英 12살.. 연명치료 놓고 부모·병원 소송전

기절챌린지 도중 의식을 잃은 12살 소년 아치 배터스비. 인공호흡기와 약물치료로 연명 중이다. /AP 연합뉴스

영국에서 뇌사상태에 빠진 아들의 연명치료를 놓고 병원과 소송전을 벌여온 부모가 현지 법원에 이어 유럽인권재판소(ECHR)에서도 패소했다. 12살 아들은 4개월 전 온라인에서 유행하던 일명 ‘기절챌린지’를 시도하던 중 의식을 잃었다.

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12살 소년 아치 배터스비는 지난 4월 7일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인공호흡기와 약물 치료 등을 받아왔으나 아직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터스비의 부모는 아들이 당시 특통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던 기절챌린지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목을 조르는 등의 방법으로 의식을 잃을 때까지 숨을 참는 일종의 ‘게임’이다.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사건 이후 의료진은 배터스비의 뇌간이 이미 죽어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부모는 아들의 심장이 뛰고 있는 한 치료는 계속돼야 한다고 맞서며 갈등을 빚었다. 이어 인공호흡기 제거 등의 병원 결정을 막기 위해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아들의 연명치료를 놓고 병원과 갈등을 빚은 배터스비의 부모. /AP 연합뉴스

하지만 법원은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1·2심 재판부의 결정은 같았고 대법원 역시 부모 측의 상고 신청을 기각했다. 결국 배터스비의 부모는 ECHR에 ‘병원의 치료 중단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긴급 가처분 신청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ECHR 마저 이날 “가처분 조치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 병원의 치료 철회를 허용한 법원의 결정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면서 또 한번 가로막히게 됐다.

배터스비의 어머니는 언론과 만나 “우리의 마지막 선택지였다”면서도 “아들이 살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지금 머무는 병원에서 나가 호스피스(임종이 임박한 환자가 머무르는 시설)로 이송될 수 있도록 런던 법원에 소를 제기할 예정”이라며 “해외에서 아들의 치료를 제안한 곳이 있는데, 그 방법도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아이에 대한 치료를 놓고 부모와 병원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법원이 개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이 경우 대개 아이의 권리가 자녀에게 좋은 것을 판단·결정하는 부모의 권리보다 우선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