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안 만난 윤 대통령에, 국힘 "중국 눈치보기" 비판

[펠로시 대만행 후폭풍]"'휴가 중' 이유 말이 되느냐" 지적도
최영범 홍보수석 "국익 고려한 결정"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뒤 공동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란 이유로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안에서 비판이 나왔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이 중국 눈치보기로 비쳐질 수 있는데다 ‘한·미동맹 강화’라는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요한 인물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서울에 있는 대통령이 만나지도 않는다? 휴가 중이라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며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날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여름 휴가(1~5일) 와 펠로시 의장의 방한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대면 면담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을 비판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 3일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하고 극단 관계자들과 뒤풀이 하는 모습까지 공개된 것이 비판을 더욱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 일정도 언급하며 “동맹국 의회의 지도자가 우리 안보의 최일선을 방문하는데 정작 우리 대통령과는 아무런 만남이 없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국 눈치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미동맹을 강조했던 새 정부 초반부터 오락가락 외교는 우리 국가 이익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서 펠로시 의장을 만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여권에선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7월 취임 후 첫 여름 휴가 중 셰이크 나세르 당시 쿠웨이트 총리의 면담 요청으로 휴가 기간을 일주일에서 닷새로 줄였던 사례까지 회자되며, 윤 대통령이 휴가를 이유로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 것은 한·미동맹 강화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라 (윤 대통령이) 외교적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대만 방문과 한국 방문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펠로시 의장과 대한민국 정부의 의제는 대만 문제가 전혀 아니다. 북한과 핵 문제 한·미동맹 등”이라며,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중진 의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반도체 동맹, 한·미 군사동맹 등 현안이 얼마나 많은데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고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런 비판이 나온 이후,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이 이날 오후 전화 통화를 할 것이란 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면 면담이 불발된 데 대해 “미국 측에 사전에 설명했고 펠로시 의장 측도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다”며 “그렇지만 주요 동맹국 의회 수장이 방한한 만큼 직접 면담은 어렵더라도 전화로라도 인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어떻겠느냐는 양국 의견 교환이 있어서 오늘 오후 서로 통화하기로 조율됐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이번 펠로시 의장 대면 면담 불발된 것을 두고 ‘중국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 “모든 것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결정’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선 “그 해답은 언론의 영역"이라고 답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