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줍이라 부르지 마세요' 무순위청약에 건설사들 "제발 좀~"
업계·정부 개선 필요성 공감.."다각도 고민"
"줍줍은 무슨 줍줍입니까. 이 별명 때문인지 무순위 청약에 계속 부적격자들이 신청해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분양한 아파트의 무순위 청약이 수차례 진행되자 이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선착순으로 모집했으면 진작 다 팔렸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 분양시장이 침체하면서 무순위 청약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초 무순위 청약 이후 선착순 모집을 가능하게 하거나, 무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집 또 모집…재공고만 몇 달째 무한반복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10곳 중 6곳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이 중 4개 단지가 2번 이상 반복해서 무순위 청약 공고를 냈다.
칸타빌 수유팰리스(5회), 한화 포레나 미아(3회), 창동 다우아트리체 주상복합(2회),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2회) 등이다.
무순위 청약은 입주자 모집공고 후 미분양, 미계약이 발생할 때 진행한다. 청약 가점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청약 통장이 필요 없는 무순위 청약에 몰리면서 줍고 또 줍는다는 뜻의 '줍줍'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문제는 올해 들어 청약 열기가 식으면서 무순위 청약 사례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최초 공급 때 경쟁률이 1을 넘으면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무순위 모집공고를 내야 한다. 이때도 경쟁이 발생하면 모든 물량을 소진하기까지 무순위 청약 공고를 반복해야 한다.
작년 1~7월 청약홈에 올라온 전국 무순위 공고는 총 62건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239건에 이르렀다. 1년 새 공고 건수가 3.8배 증가했다. 서울(2→30건), 경기(16→79건), 인천(4→24건) 등 수도권에서도 모두 무순위 청약 사례가 급격히 늘어났다.
무순위 청약을 한 번 진행할 때마다 2~3주씩 시간이 걸리는 탓에 분양 기간은 길어진다. 매회 한국부동산원에 100만원 가량의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부적격자들이 자꾸 청약을 신청하면서 모집공고를 몇 번째 반복하고 있다"며 "무순위 청약 자격을 완화하거나, 아예 선착순 분양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위례 '줍줍'은 여전히 뜨거워
정부도 무순위 청약을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토교통 규제개혁위원회가 최근 무순위 청약 공개모집 방식 개선을 권고하면서다.
국토부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잔여 물량에 대해 사업 주체가 무한 반복적으로 청약홈을 통해 공개 모집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다는 위원회의 의견을 감안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개선 방식과 일정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경기 과천, 하남 등의 인기지역에서 재공급하는 물량이 이어지면서 청약 열기가 과열, 쉽게 규제를 풀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3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하남 위례포레자이의 경우 1가구 모집에 4030명이 몰렸다. 지난 5월 모집공고를 낸 과천 과천위버필드는 4가구 모집에 8531명이 신청하며 평균 213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두 단지 모두 시세 차익이 1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청약 수요가 폭발했다.
선착순 모집 등 공급자가 임의로 입주자를 모집하게 되면 부적격자를 가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는 일단 수요자가 청약을 신청하면 이후 무주택 여부 등을 판별한다. 이때 부적격자가 있다면 재공고를 진행한다. 선착순 모집 시 이같은 판별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천 등에서 취소 후 재공급할 예정인 물량이 아직 남아있고, 무순위 청약을 반복하는 단지들도 입지 등의 차이가 있어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임의 모집에 따른 부적격자 선별의 문제 등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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