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사체에 약물 넣었더니 심장⋅뇌 살아났다.."장기 이식의 새로운 지평"

김명지 기자 2022. 8. 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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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예일대 연구팀 특수용액 '오르간엑스' 주입
장기 이식수술 새로운 지평 열 것
'삶과 죽음' 윤리적 논란 뒤따를 듯
전남 강진군 돼지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 현장/뉴스1

미국 연구진들이 심장이 멈춘 지 한 시간이 지난 돼지의 뇌와 심장, 간 등 주요 장기 기능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동물의 장기는 심장이 정지되는 동시에 빠르게 부패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받더라도 인체 장기 이식 수술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멈춘 심장을 뛰게 한 이번 연구로 인체 이식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일대 네나드 세스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3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죽은 돼지의 중요 장기들을 되살렸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세스탄 교수는 지난 2019년 죽은 돼지에서 분리한 뇌세포 일부를 되살려 주목을 받은 신경과학자다. 그의 연구팀은 이번엔 뇌 뿐만 아니라 전신을 대상으로 비슷한 원리를 적용해 실험했다.

연구팀은 먼저 실험용 돼지 여러 마리를 마취 상태에서 심정지를 유도해 죽게 한 뒤, 인공호흡 장치를 뗐다. 1시간이 지난 후 인공 심폐 장치 등을 활용해 혈액을 대체하는 ‘오르간엑스(OrganEX)’라는 특수 용액을 죽은 돼지에 주입했다.

오르간엑스는 항염증제, 혈액응고 방지제, 세포사 예방제, 인공 헤모글로빈을 돼지의 피 등과 섞은 것이다. 용액을 혈관에 주입하자 각 장기에 혈액이 돌면서 산소가 공급되고 세포 활동이 재개되면서 핵심 기능이 돌아왔다.

돼지 심장이 다시 뛰고, 간에선 신진대사를 시작했다. 뇌세포도 제 기능을 찾았다. 다만 돼지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신경 차단제도 함께 주입했다. 이 연구팀은 앞서 돼지 뇌 재생 실험을 할 때도 ‘브레인엑스(BrainEx)’라는 특수 용액을 공급해 뇌 일부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대조군으로 사망한 돼지에 산소공급장치인 에크모(ECMO)를 부착해 실험했다. 하지만 에크모를 단 돼지는 몇 시간 후 몸이 뻣뻣해지고 장기 세포막과 혈관이 분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르간엑스를 투여한 돼지는 사후 몇 시간이 지나도 경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오르간엑스를 주입한 돼지 사체의 장기와 대조군의 장기(왼쪽)을 비교하니, 오르간엑스를 주입한 돼지 사체의 장기의 기능이 확연히 달랐다/세스탄 연구소; 예일대 의대

오르간엑스를 넣은 돼지는 혈관 촬영을 하려고 위해 요오드 조영제를 주사하자, 머리와 상체를 움직여 연구팀이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돼지가 움직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척수 신경이 자극된 때문일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하지만 오르간엑스로 뇌 기능이 회복된 것을 확인한 만큼 추후 뇌졸중이나 익사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뇌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네이처는 “심정지는 불가역적인 것으로 인식돼왔다”라며 “사망 상태에서 장기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라고 했다. 이번 연구로 장기 이식 기술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장이 멈추면 몇 분 안에 체내 조직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장기는 빠르게 부패가 진행된다.

이 때문에 뇌사 환자가 장기를 기증하더라도 빠르게 수술을 하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고, 장기가 훼손돼 이식이 불가능해 진다. 장기 기증 성공률은 50%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처럼 이미 사망한 몸에서 장기를 살려낸다면 장기 이식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예일대는 이 기술의 특허를 출원하고, 되살린 장기를 다른 생체에 이식해 기능하게 할 수 있는지 등을 실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인해 죽음에 대한 정의, 윤리적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 수 있다. 의학적으로 뇌와 심장 폐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면 사망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오르간엑스를 투입해 살아난 돼지 사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여기에 신경차단제를 주입하지 않고 돼지의 의식이 돌아왔다면 이 돼지는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 의미가 모호해진다. 장기 이식을 위해 사체의 의식을 회복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윤리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브렌던 페어런트 뉴욕대 그로스먼 의대 교수는 “이 기술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게 하려면 신경 차단제를 주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해야 한다”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오르간엑스를 투입한 후 장기가 되살아나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 이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오르간엑스 돼지의 장기가 얼마나 오래 작동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논문에는 14일간 실험을 했다고 적혀 있다. 세스탄 박사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의과학자다. 1995년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대 의대를 졸업한 후 1999년 미국 예일대 의대에서 박사(Ph.D)를 땄다.

네나드 세스탄 박사/예일대 의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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