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유행 정점 다가오는데..행동보다 말이 많아지는 방역

최인영 2022. 8. 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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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표적방역 이해시키는 노력 대신 검사확대 등 정책 필요"
선별진료소 방문한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7천894명 발생한 4일 오전 서울 마포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며 줄을 서고 있다. 2022.8.4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서혜림 기자 = 올여름 코로나19 재유행의 정점이 이번 주나 다음 주에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과학방역이나 표적방역 등 정책적인 용어를 설명하는 일에 노력을 쏟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4일 정례 브리핑에서 '표적방역' 의미를 다시 한번 설명했다.

표적방역은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등장한 용어로,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중증·사망 위험이 높은 집단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방역 정책 방향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정부가 추구해온 '과학방역'의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용어만 표적방역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일률적인 거리두기 대신 자율방역을 강조하면서 고위험군 4차접종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하루 10만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재유행이 번지는 상황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 역시 "표적방역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며 기존 추진해온 방역정책의 방향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국내외 각종 데이터를 제시하며 정부의 재유행 대응 정책 판단의 근거들을 설명했다.

백 청장은 오미크론과 인플루엔자의 치명률 비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오미크론 중증도와 접종률 비교 등을 통해 영업시간 제한 등 거리두기보다는 고위험군 보호 위주로 방역 정책을 펼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선별진료소 찾은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7천894명 발생한 4일 오전 서울 마포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며 줄을 서고 있다. 2022.8.4 nowwego@yna.co.kr

정부는 새로운 정례 브리핑도 신설했다. 오는 8일부터 매주 월요일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이 주도하는 브리핑을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백브리핑에서 "브리핑 전주에 있었던 자문위 결과를 정리해서 발표한다는 계획"이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소통·개진을 활발하게 했다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현 방역정책의 타당성을 이해시키려면, 말보다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연합뉴스에 "방역당국이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는 일들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며 입국 유전자증폭(PCR) 검사 강화, 밀접접촉자에 대한 PCR 검사 확대 등은 현재 충분히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역당국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을 더 하면서 자율방역을 하라고 해야 합리적인데, 온전히 각자도생하라고 하면 국민이 느끼기에도 과학적인 방향이라기엔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제시하는 각종 데이터가 현 유행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지금은 BA.5 변이가 유행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앞서 유행한 BA.2 변이 데이터를 정책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현재 유행의 상황과 바이러스 특성에 관한 연구를 더 진행하고 투자하겠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 교수는 표적방역에 대해서도 고위험군 관리 등은 기존에도 있었던 개념이라며 "말장난" 같다고 비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민이 자율방역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지원에 대한 대책은 부족한 것 같다면서 "인센티브 시스템이나 지원 방침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감염병자문위원장을 방역정책에 앞세우는 상황은 두 달 넘게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 상태로 있는 등 방역 컨트롤타워 부재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 교수는 민간 자문위원이 대국민 정책 설명에 나서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전국의 방역을 총괄하는 누군가가 없다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다음 유행에 대비해서라도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국민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고,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자율방역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개발해서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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