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에 절대 유리' 논란..흔들리는 美 명문대 기여입학제
하버드와 예일 등 미국 명문대들이 지원자의 가족 중 동문이 있을 경우 입학 전형에서 특혜를 부여하는 기여입학제(Legacy preferences) 전통이 점차 존립 기반을 잃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대입 관련 소수 인종에 대한 적극적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사회적, 법적 공격을 받으면서 기여입학제를 방어하는 논리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여입학제는 미국 사회의 전통적 주류이자 상류층인 개신교도들이 자신들의 영역으로 여겼던 엘리트 사립대학에 1920년대부터 유대인과 가톨릭 신입생이 크게 증가하자 위기 의식을 갖고 도입했다.
미국의 각 대학은 기여입학제와 관련해 정확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현재 미국 사립대의 42%, 공립대 6%가 입시에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와 예일의 경우 최근 신입생 약 14~15%가 기여입학제를 통해 입학했다.
그런데 제도 도입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주로 부유하고 연줄이 좋은 백인에게 유리한 전형으로 고착됐다. 기여입학제를 통해 지원하는 전형적인 백인의 합격 확률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5배 높다는 듀크대 연구 결과도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의 기여입학제는 오는 10월 이후 진행될 소수 인종 우대정책 폐지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심리를 앞두고 위기를 맞고 있다.
소수 인종 우대정책은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인종, 성별, 종교, 장애 등의 이유로 불리한 입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부여, 차별을 줄이기 위해 처음 시행돼 입시, 취업, 승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소수인종 우대정책과 관련된 위헌 소송은 지난 수십년간 수차례 열렸지만 모두 합헌 판정이 내려졌다.
다만 가장 최근 소송 당시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반대표를 던졌던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클레런스 토머스 대법관,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그대로 연방대법원에 남아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이 추가로 임명돼 보수 6명 대 진보 3명으로 재편되면서 이전과 다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이란 단체는 “소수 인종 우대정책에 따라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하버드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을 배려하기 위한 할당 정책이 오히려 성적과 능력이 우수한 아시아계 지원자들을 차별한다는 것. 1심과 2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으나 지난 1월 연방대법원이 심리 대상에 올리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NYT는 연방대법원이 1·2심과 달리 소수 인종 우대정책을 폐지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다수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최근 낙태, 성소수자 권익, 총기 규제 등의 각종 현안에 대해 보수 성향 대법관 우위인 연방대법원이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소수 인종 우대정책과 관련해서도 1·2심과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종적 우대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게 된다면, 대학들이 사회경제적 이점 때문에 입시에서 동문 자녀들을 명시적으로 우대하는 일종의 특혜인 기여입학제를 방어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자발적으로 기여입학제를 폐지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존스홉킨스와 애머스트, 캘리포니아 주립대, 조지아대, 텍사스 A&M 등이 기여입학제 조치를 중단하라는 대외적 압력과 소송 제기 가능성 때문에 제도를 폐지했다고 NYT는 전했다.
반면 기여입학제 지지자들은 기여입학제가 신입생 선발 과정의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 입학률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오히려 기여입학제에 따라 그들의 자손들이 입학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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