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 펠로시 대만 방문에 시진핑은 웃는다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이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당초 ‘중국 공산당의 입’이라 할 수 있는 후시진 환구시보 전편집장이 “펠로시가 탄 비행기를 격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결사반대했었다.
그러나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공산당 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 미중 양국이 군사적 충돌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었다.
이 같은 관측대로 전세계 증시가 펠로시 의장의 행보에 따라 춤추는 등 큰 영향을 받았지만 이렇다 할 군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 본인도 상당히 긴장했음은 비행경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이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 상공을 피해 대만에 들어갔고, 나올 때도 동중국해를 우회해 한국으로 향했다.
백악관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회의적 반응을 내놓았었다. 당초 백악관은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군사적 측면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좋지 않은 아이디어"라고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펜타곤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을 원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었다.
그럼에도 그가 대만 방문을 강행한 것은 정치적 목적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상원은 민주 공화당이 동수고,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그러나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41년래 최고를 기록하는 등 바이든 정부의 경제 실정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사상 최저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이 공화당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이 되면 의장도 공화당 출신이 맡는다.
그러면 민주당 소속인 펠로시 의장의 정치인생은 사실상 끝난다. 그는 1940년생으로 올해 82세다. 종종 치매 논란이 일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2살 연상이다. 이 나이에 대통령에 도전하는 등 새로운 정치여정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지면 그의 정치인생도 사실상 끝나는 것이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명분이 가장 중요하지만 개인의 정치생명 연장도 이번 방문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는 소기의 목적을 100% 이상 달성했다. 며칠간 펠로시 의장은 전세계 유력 언론의 1면 톱을 장식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협박 따위에 굴하지 않는 '자유민주주의 여전사'로서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실제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역사상 하원 의장이 이토록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후과는 모두 대만이 감당해야 한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만 인근 6개 지역에서 4일부터 7일까지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한다.
중국은 대만 인근에서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과 같이 대만을 사실상 봉쇄하는 성격의 군사 훈련을 한 전례는 없었다.
중국군의 이 같은 작전으로 대만해협 물류가 막혀 한국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중동에서 인도양과 말라카해협을 거쳐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를 통과해 부산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은 한국 기업들에도 중요한 생명선이다.
특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시진핑 주석에게 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패권전쟁이 한창인 지금 대만을 두고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시 주석을 오히려 돕는 것이란 분석이 많다.
미중이 세계 패권을 두고 아마게돈의 전쟁을 하는 마당에 단일대오가 가장 중요하다며 시 주석을 중심으로 중국이 똘똘 뭉쳐야 한다는 ‘컨센서스(합의)’가 중국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올가을 20차 공산당 당대회에서 3연임을 추구하는 시 주석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떠나자 대만을 전면 포위하고 실사격 훈련을 하는 등 마음껏 분풀이를 하고 있다. 실사격 훈련의 포성이 시 주석 3연임을 축하하는 '팡파르'인 것만 같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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