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넘긴 우크라 전쟁, 에너지·식량 위기 고조..휴전은 안갯속
첫 곡물선 성공적 출항에도 평화협상 계획 없어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지원한 무기를 앞세워 남부로 전선을 확대해 러시아에 새로운 공세를 예고했다. 남부 수복을 목표로 헤르손주 등에서 반격을 가해 동부에 집결된 러시아군 전력을 분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러시아가 크름(크림)반도와 돈바스 남부 점령지를 거쳐 흑해 연안 지역으로 대규모 군 병력을 이동시켰다는 우크라이나 정보사령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여전히 동부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주요 전선에서 탱크, 총기, 로켓포 등을 발사하는 등 활발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동부 수미 지역에는 이날 마을 3곳에 총 55개 미사일이 발사돼 주택과 상업시설이 파괴됐다고 드미트로 지비츠키 수미 주지사가 밝혔다. 포탄 8발이 주택가를 강타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부와 남부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 자포리자에서 서쪽에 위치한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주도 니코폴에서는 밤새 러시아군 포격이 이어졌다고 예벤 예브투셴코 니코폴 시장은 전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유튜브를 통해 "러시아군의 동부 공세 요지는 진정으로 위험한 자포리자 지역의 병력을 분산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24일 개전 이래 5개월이 지났지만 휴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까지 진행됐던 양측 평화협상은 러시아가 당초 전쟁 목표를 변경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함락에서 동부 돈바스 지역 총공세로 변경하면서 교착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이 곡물 수출 재개 협상을 위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다시 만났지만 평화협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친러파'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지난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러시아는 협상을 통해 전쟁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크름반도 영유권을 포기하고 돈바스 지역에 스위스 칸톤 모델을 참고하라고 제안했다.
슈뢰더 전 총리 제안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강력히 반발하며 "유럽적 가치를 지닌 주요국 전직 지도자들이 이러한 가치에 반하는 전쟁에서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것은 그야말로 역겹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국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에 러시아에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가해 전쟁이 끝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대화할 기회를 모색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와 식량 위기를 촉발시켰다. 전 세계 빵 바구니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개전 이래 기존 세계 밀의 약 3분의 1만 생산하고 있다. 유럽의 주요 에너지 공급국인 러시아는 공급을 중단함에 따라 세계는 고유가·고물가 시대를 맞이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올 연말까지 82개국에서 3억 4500만 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처하리라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이 같은 취약계층이 4700만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로 지난 1일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항에서 개전 이래 처음으로 곡물 수출선이 출항했다. 2만6000톤(t) 옥수수를 실은 시에라리온 국적 화물선 리조니호는 출항 36시간만에 튀르키예 이스탄불 해안에 무사히 도착했고 다음날 공동조정센터(JCC)의 화물 검색 작업을 거쳐 레바논 트리폴리항으로 떠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매달 50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 1000만t 곡물을 수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부 장관은 곡물 수출선 17척이 출항 대기 중이라고 했다. 튀르키예 한 고위 관계자는 라조니호 출항 이후 매일 세척의 수출선을 출항 가능하다고 했다.
세계통화기금(IMF)은 유럽 각국이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중단으로 실시 중인 광범위한 에너지 지원 조치는 장기적으로 큰 비용적 손실이 따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특정 취약 계층으로 지원 대상을 한정하는 '표적 구제'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에너지 비용을 전가함으로써 스스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야 세라순 IMF 유럽부 부국장은 "유럽 정보들은 최종 사용자에게 연료비용의 완전한 인상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IMF는 상당수 국가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광범위한 지원 조치에 들어가는 비용이 올해 경제 생산의 1.5%를 넘으리라 추정했다. 이는 IMF가 2022년 평균 국내총생산(GDP)의 약 0.4%로 추산한 빈곤층 생활비 20%를 완전히 상쇄하고도 더 큰 비용이다.
한편 개전 초기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적극 추진해온 핀란드와 스웨덴은 나토 가입 마지막 단계인 30개 나토 회원국 만장일치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와 미국 의회에서도 양국 나토 가입 의정서(프로토콜)가 비준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역사적 투표는 나토에 대한 지속적이고 초당적인 미국의 약속과 우리 동맹이 오늘과 미래의 도전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로써 30개 회원국 가운데 23개국이 비준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이제 남은 국가는 그리스, 스페인, 슬로바키아, 체코, 튀르키예, 포르투갈, 헝가리 등 7개국으로 압축됐다. 앞서 비준 절차는 최대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각 회원국이 신속하게 임하면 기간은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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