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무부, 미등록 외국인 단속 '동의 절차' 마련..'토끼몰이식 단속' 사라질까

허진무 기자 2022. 8. 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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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인권연대 등이 2010년 11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어 미등록 외국인 단속 중에 사망한 베트남인 꾸안씨를 추모하고 법무부를 규탄하고 있다.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은 2019년 4월 충남의 한 주택에서 태국인들을 불법 고용해 무허가 문신시술소를 운영한다는 첩보를 듣고 가택조사를 실시했다. 단속반은 집 앞에서 붙잡은 태국인 거주자가 ‘신분증이 집 안에 있다’고 하자 집으로 들어가 수색을 벌였고, 집주인의 ‘나가달라’는 요구를 무시했다. 집주인은 이후 “단속반의 무단 침입으로 주거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인권위는 지난해 8월 법무부에 “출입국관리소가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영업장이나 가택을 조사할 때 주거권자나 관리자의 동의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 “관계인(태국인 거주자)은 자신의 신분증 확인을 위한 출입만 동의했다고 볼 수 있을 뿐이고 모든 방실을 수색하려는 경우 관리인인 진정인(집주인)의 동의를 얻었어야 한다”고 적었다.

법무부는 단속반이 미등록 외국인을 단속할 때 ‘주거권자’나 ‘관계자’에게 동의를 받도록 훈령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을 개정해 지난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법무부는 준칙 제10조(외국인 등 방문조사) 제2항을 기존 “(단속반장이)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조사목적 등을 알려야 한다”에서 “소속과 성명, 조사목적 등을 밝히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로 개정했다. 단속반은 활동보고서에 동의 절차를 포함해 적법절차를 준수했는지도 기재해야 한다.

법무부가 주거권자나 관리자의 ‘동의 절차’를 내규에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출입국관리소가 현장을 급습해 ‘토끼몰이식 단속’을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와 관련한 인권위의 권고는 부분적으로만 수용돼 왔다. 2018년 8월에도 경기 김포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미얀마인 미등록 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다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법무부는 인권위 권고의 일부만 수용해 단속반원에 대한 인권교육 절차 등만 마련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업무보고하면서 핵심 추진 과제에 ‘이주 외국인 인권보호 강화’를 담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훈령 개정에 대해 “인권위 권고와 판례, 직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개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는 단속반이 동의 여부를 확인할 대상을 인권위가 권고한 ‘관리자’가 아닌 ‘관계자’로 규정했다. 단속반이 현장의 실질적인 주거권자나 관리자가 아닌 사람(관계자)에게 동의를 구해 단속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입국관리소 측은 2019년 사건 때 “태국 국적의 ‘관계인’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2018년 사건 때도 “건설현장 내부 ‘식당 관계자’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소가 주거권자나 관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미등록 외국인을 단속할 경우 적법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대법원은 2009년 3월 단속반이 공장장의 동의 없이 공장에 들어간 상황에서 단속반원의 다리를 흉기로 찌른 방글라데시인 노동자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법령을 정비한다면 오해의 여지 없이 명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관계자’는 추상적 표현”이라며 “단속의 편의를 위해 동의 여부 확인 대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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