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리로 옮겨진 비봉이, 과연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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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야생 적응 훈련 준비가 시작된 가운데 동물단체들 사이에서는 "방류는 환영할 일이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적응훈련용 가두리로 비봉이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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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야생 적응 훈련 준비가 시작된 가운데 동물단체들 사이에서는 "방류는 환영할 일이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적응훈련용 가두리로 비봉이를 옮겼다. 2005년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용 그물에 혼획돼 서귀포시 중문동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에서 공연하며 지낸 지 17년 만이다.
자취 감춘 금등이·대포 방류 때보다 개선 없어
동물단체들은 비봉이 방류 체계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 방류 때와 달라진 점이 없다고 지적한다. 금등이는 1999년, 대포는 2002년에 포획돼 각각 18년, 15년 동안 수족관에서 쇼를 하다 2017년 제주 앞바다에 방류됐지만 생사를 알 수 없다.
해수부와 퍼시픽리솜, 고래연구센터 등으로 구성된방류기술위원회가 방류 성공 가능성으로 보는 기준은 생먹이 활동과 가두리 근처 야생 돌고래 무리와의 교류다. 금등이와 대포도 가두리를 나가는 순간까지 생먹이를 먹는 등 활력을 보였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두 돌고래가 야생 적응에 실패해 죽었다고 본다.
동물자유연대는 비봉이를 가두리로 옮기기 전날 성명에서 "비봉이는 금등이∙대포처럼 어린 나이에 잡혀 와 오랜 기간 감금돼 있었다"며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번 비봉이 방류 결정에 얼마나 반성적 고찰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포획 당시 비봉이가 3, 4세로 기존 추정보다 어린 점도 우려스럽다. 돌고래 야생 적응에 있어 포획 당시 나이와 수족관 생활 기간은 중요하다.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는 "성체(약 10세)가 된 뒤 포획됐다면 생존 기술을 갖고 있지만 어린 시기에 잡혔다면 사냥이나 의사소통 기술을 갖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성체 때 포획됐더라도 10년 이상 수족관 생활을 했다면 야생의 기억이 희미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홀로 남은 퍼시픽리솜 돌고래 '비봉이' 방류, 신중 또 신중해야")
해수부는 비봉이의 포획 당시 나이를 5, 6세로 추정해왔지만 퍼시픽리솜이 시민단체가 제기한 '공연금지가처분신청' 관련 2013년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다르다. 2013년 비봉이의 추정 나이는 11, 12세로 이를 토대로 계산해 보면 포획 당시 나이는 3, 4세가 된다. 조희경 동자연 대표는 "비봉이가 지금까지 추정했던 것보다 더 어린 나이에 포획됐을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더구나 17년이나 수족관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야생에서 적응, 생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방류 실패 시 대책 전무... 비봉이 생존 위해 결정해야
방류를 위한 판단 근거와 방류 실패 시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해수부와 호반 퍼시픽리솜은 비봉이를 방류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나 방류 실패 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방류 후 문제가 발생했는데 대책이 없어 방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해수부가 발표한 방류 계획 어디에도 방류가 불가능할 경우 또는 방류 후 야생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포획 방안 부재와 관련 해수부 관계자는 "지금은 가두리 내 야생 적응 훈련이 우선"이라며 "재포획 계획은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해수부는 비봉이 방류가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근거가 없다"며 "보호시설(생크추어리)로 보낼 때도 돌고래 개체 별로 평가하는데 해양방류를 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준비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방류 실패 리스크가 있음에도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아무 대책이 없다"며 "방류가 어려운 일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희경 동자연 대표는 "정부와 해당 기업이 이제라도 비봉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은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방류 외 다른 대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방류를 결정하고 가두리 훈련장에 옮기는 것은 비봉이의 생존력에만 의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앞으로 모든 과정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점은 비봉이의 생존과 행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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