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통일 리허설' 중국, 중간선 넘어 장거리 포격..긴장 고조(종합)
G7 "확대 대응" 우려 표명·대만 "민주주의 고수"
中 "펠로시 대만 방문 도발..좌시하지 않을 것"
8일까지 긴장감 지속될듯..대만 전면 봉쇄 포석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김윤지 기자] 중국 인민해방군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4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장거리 실탄 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은 “중국의 확대 대응”이라고 비판했지만 중국은 “그동안 위기를 피하려고 노력했다”며 그 탓을 대만과 미국에 돌리며 반격을 정당화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이틀간의 일정을 끝내고 대만을 떠났지만 대만해협의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번 훈련은 중국이 실제 대만의 무력통일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날 웨이보 등 SNS 공식 계정을 통해 “오후 1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2시) 동부전구 육군 부대는 대만해협 동부 특정 지역에서 장거리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며 “대만해협 동부 특정 구역을 정밀 타격했고 소기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탄착 지점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훈련 시작 1시간 만에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어선 포격이 진행됐다는 의미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경계선이다. 중국 군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는 건 ‘대만의 주권이 중국에 있다’는 그동안의 주장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날 12시부터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정한 6개 구역의 해·공(空)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에 돌입했다. 이번 훈련은 7일 12시까지 사흘간 이어질 것으로 예고됐지만 대만 당국은 하루 더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대만 교통부 항항국(航港局)은 이날 “중국이 오늘 오전 9시 기습적으로 대만 동부 해역을 훈련구역으로 추가해 7곳으로 늘었고, 훈련 기간은 8일 오전 10시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인민해방군이 완전히 철수하기 전까지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의 ‘일촉즉발’ 긴장감이 지속될 전망이다.
대만은 물론 G7도 중국의 행동에 우려를 표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날 트위터에 G7이 ‘대만 해협 전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관한 성명’을 발표한데 감사를 전하면서 “대만은 힘들게 얻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중국은 G7 외무장관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도발적이었다면서 단호히 저항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캄보디아에 방문해 “중국은 위기를 피하려고 최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중국의 핵심이익과 민족 부흥에 해를 끼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미국이 대만 카드로 국내 정치와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사욕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국 군의 훈련은 완전히 대만을 포위하는 작전이다. 중국 군이 발표한 6개 훈련 구역은 대만의 중요 항구와 항로를 둘러싸고 있다. 이번 훈련 규모는 1996년 대만 해협 위기 때보다 더 대만섬에 가깝고 그 범위가 넓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작전이 무력통일을 위한 사전 테스트라고 보고 있다. 중국 군사 전문가인 쑹중핑은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이번 훈련을 “전쟁작전 리허설”로 규정했다. 그는 “이번 훈련은 대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향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현재 리허설 중인 작전계획이 전투작전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만군 예비역 중장인 솨이화민은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와 인터뷰에서 “인민해방군이 설정한 훈련 구역 6곳이 대만 지역의 주요 항구와 주요 항로를 위협해 대만을 전면 봉쇄하려는 포석”이라며 “이번 훈련은 대만 무력 통일의 옵션 중 하나(해상 봉쇄)를 테스트하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이 천연가스·원유 등 전략물자를 해상 운송에 의지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요 항로가 막히면 대만은 봉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만군과 미국이 이번 중국의 고강도 무력시위에 대응한다면 1954∼1955년, 1958년, 1996년에 이은 제4차 대만 해협 위기가 발발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모두 실질적인 군사충돌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미국은 거듭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뜻을 강조했고, 중국 역시 본격 훈련을 시작하는 시점을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뒤인 4일로 정했다.
이번 작전에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훈련이 마무리되면 중국은 대만에 대한 주권을 더욱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군사훈련에 들어가는 일부 구역은 대만 해안으로부터의 20km 미만이다. 국제법상 영해는 기선(영해 설정 기준)으로부터 12해리(22.224km) 이내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중국이 대만의 영해를 무력하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군이 대만 12해리 이내로 진입함으로써 소위 ‘대만해협 중간선’은 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평론가인 조시 로긴은 ‘대만의 진짜 위기는 펠로시 귀국 후 시작된다’는 워싱턴포스트(WP) 칼럼을 통해 “장기적으로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핑계로 삼으면서 대만에 대한 군사적 태세를 바꾸게 될 것”이라며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군사적 우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정은 (hao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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