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931원 입금했다..92살 강제동원 피해자에 이런 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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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도 안 되는 돈이에요. 일본 그 사람들이 장난하고 (우리를) 무시하는 행위지요."
일제강점기 때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됐다가 광복 77년 만에 일본 정부로부터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31원을 받은 정신영(92·전남 나주) 할머니는 4일 <한겨레> 와 한 통화에서 "그 사람들이 미안하다는 말 한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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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인가, 한국 무시하는 행위..사과도 없다"
일본, 후생연금 가입 사실 처음엔 '은폐'하기도
"피해자 인권 모독, 우리 정부 태도도 한몫"
“1000원도 안 되는 돈이에요. 일본 그 사람들이 장난하고 (우리를) 무시하는 행위지요.”
일제강점기 때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됐다가 광복 77년 만에 일본 정부로부터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31원을 받은 정신영(92·전남 나주) 할머니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 사람들이 미안하다는 말 한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 할머니 통장에 입금된 금액은 당시 엔화 가치로 보면 99엔에 해당한다. 물가 상승 등을 살피지 않고 77년 전 계산 방식으로 1000원도 되지 않은 돈을 보낸 입금자는 일본 정부 후생노동성 산하 일본연금기구다.
정 할머니는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로 1944년 나주공립초등학교를 졸업하던 그해 5월께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끌려가 18개월 동안 고초를 겪었다. 정 할머니는 “폭격이 돼서 저녁이면 불이 훤하고, 난리가 났지요. 지진 나서 일곱인가 죽었어”라고 말했다.
정 할머니는 1944년 12월7일 발생한 도난카이 지진 때 같은 공장에 있던 한국인 소녀 김순례·최정례 등 6명이 사망한 사실을 기억했다. 한국에 돌아올 때 동전 세 개 달랑 받았던 정 할머니는 2020년 1월14일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정 할머니가 법원에 강제동원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소송 대리인단은 일본 시민단체인 나고야소송지원회를 통해 일본연금기구에 정 할머니 등 11명의 강제동원 피해자의 후생연금(일종의 국민연금) 기록을 요구했고, 후생연금 탈퇴 수당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일본연금기구는 “전쟁 재해로 후생연금 피보험자 명부를 소실해 대장이 보관돼 있지 않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일본 시민단체 나고야소송지원회는 정 할머니의 후생연금 번호를 제시했다. 나고야소송지원회 쪽은 20여년 전 강제동원 피해자 일본 법정 소송과정을 지원하면서 후생노동성 자료에서 수기로 적어 놓았던 한국인 후생연금 가입 기록자 가운데 정 할머니의 이름을 어렵사리 찾아낸 것이다. 일제가 창씨 개명을 강요했던 강점기 때 정 할머니의 일본 이름은 ‘가야다니 신에이’였다.
일본의 한 국회의원은 일본연금기구를 관할하는 후생노동성에 가야다니 신에이의 후생연금 번호를 제시하며 집요하게 추궁하자, 후생노동성은 뒤늦게 후생연금 가입 사실을 인정했고, 일본연금기구가 탈퇴 수당을 지급했다. 일본연금기구는 2009년과 2014년 양금덕(93)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 5명의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과 199엔을 대리인 역할을 했던 일본인 변호사의 통장으로 입금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정 할머니의 통장으로 직접 입금했다.
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의 사죄와 기록 공개를 촉구했다.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오후 1시30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99엔 지급’을 사죄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미지급 임금 및 연금 관련 기록 등을 전면 공개한 뒤,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일본이 이렇게 피해자의 인권을 모독하고 무시한 데는 우리 정부의 태도도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 특별현금화명령(강제매각) 사건을 맡은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강제집행을 방해하고 나섰다”며 “일제에 쓰라린 아픔을 겪은 피해자를 희생양 삼아 한일관계 복원을 구걸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제강점기 때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된 13~15살 여자 어린이는 300여명이며, 후지코시 공장에 동원된 근로정신대는 1089명으로 알려졌다.
▶ 바로가기 : 외교부가 X맨이냐…“의견서로 소송 방해” 강제동원 피해자들 ‘분통’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1053252.html?_ga=2.185172076.498979442.1659314002-821683540.1635830458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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