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 오히려 위기 키웠나.. 美 '후폭풍' 수습 진땀 [이슈+]
中 거센 반발에 '후폭풍'..美·中 대만해협 긴장고조
中, 대만 에워싸고 대규모 군사 훈련..경제 보복 착수
'펠로시 후폭풍' 수습하는 바이든 "美, 위기 원치않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해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언론을 중심으로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자기정치’를 위한 성과는 있었을지언정, 미국과 중국에 긴장을 고조시켰으며 장기적으로는 대만에도 군사적 압박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스스로를 불필요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워싱턴 역시 이를 수습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미 언론들은 중국에 맞선 단호한 펠로시 의장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명분에 비해 외교·안보적 관점에서 실익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칼럼에서 “성공적인 외교 정책은 높은 원칙과 현명하고 시의적절한 실행이 맞물려야 한다”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원칙은 보여줬지만, 후자는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따른 단기적 손실을 줄이는 한편 중국이 대만에 가할 장기적 위협 증대에 직면해야 한다”며 “펠로시 의장이 제기한 ‘독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의 대만 방문은 현명하지 못했다”고 직격했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불장난’이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대만 문제에 강력하게 반응한 바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에는 중국 정부가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심야에 초치해 항의하고, 중국군은 대만 포위 무력시위에 나선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앞서 지난달 20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과 관련해 “군은 지금 당장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여긴다”며 우회적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방문이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와중에도 중국에 맞서기 위해 전략적 경제·안보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다”며 “이번 방문이 백악관의 그간 노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반도 역내 긴장 고조의 사례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가능성이 거론되자 중국이 한국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을 거론하기도 했다.
◆中 거센 반발에…美 백악관 수습방안 논의
미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안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한 게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백악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대만을 둘러싼 미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밝히며 이 문제를 둘러싼 위기 고조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의 오랜 정책과 일치하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위기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는 대만관계법에 의한 ‘하나의 중국’ 정책이 변함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공격적 군사행동을 늘리려는 구실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 뒤 “우린 중국이 그런 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미국은 위기를 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고 언급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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