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없앨까요?" 말 나오자..10년 만에 또 충돌

세종=안재용 기자, 세종=오세중 기자 2022. 8. 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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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바뀐 유통판, 안 바뀐 규제⑤

[편집자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형마트가 주2회 휴무, 10~24시 영업시간 규제를 받는 동안 e커머스와 식자재마트, 편의점 등이 파이를 챙겼다.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은 전통시장의 몫이 아니었다. 규제가 바꾼 유통산업의 지형도는 규제완화가 이뤄지면 다시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대통령실이 지난 달 31일까지 '국민제안 대국민 온라인 탑10' 투표를 진행, 1위로 '대형마트 월2회 의무휴업 폐지'가 선정됐으나 어뷰징 사태로 인해 이번에는 탑10을 선정하지 않겠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모습. 2022.8.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를 위한 군불때기에 나서면서 유통업계가 반색하는 가운데 전통시장 상인 등은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를 폐지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반발도 커 현실화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4일 정부에 따르면 국무총리 직속 국무조정실은 이날 첫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에 대해 논의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존폐와 관련, 오는 5~18일간 규제정보포털에서 온라인 토론도 실시한다. 규제심판회의는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규제심판부 주도로 개선해야 할 규제인지 여부를 숙의하는 제도로 윤석열정부에서 신설됐다.

회의 첫 안건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올라간 것은 최근 해당 제도 존폐를 놓고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만든 '국민제안' 제도가 불씨가 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6월 홈페이지에 국민제안 코너를 신설하고 접수된 약 1만3000건의 민원 중 정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10건에 대해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57만7415표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당초 정부는 1~3위 안건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유통업계와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반대하던 일부 소비자들은 환호했지만 상황은 곧 반전됐다. 대통령실이 투표 종료 다음날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중복투표)이 확인돼 순위를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이 의무적으로 매달 이틀을 쉬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영업시간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된다. 지난 2012년 무분별한 대형마트 입점이 전통시장 등 기존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대형마트 종사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도 담겼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 폐지 논의에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해당 제도가 폐지되면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전국상인연합회가 최근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의 상인들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연합회는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947개 전통시장에 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 계획이다.

대형마트 근로자 단체도 반대의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제안 탑10 투표, 규제심판회의 등 윤석열정부의 누구도 근로자의 건강권과 관련해서는 이야기 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의도적으로 근로자의 휴식권 문제를 배제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유통업계는 '10년 묵은 족쇄'를 해결해야 한다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의무휴업제도 도입 직후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는 서울 성동구와 동대문구를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지자체의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2심에서는 영업제한이 위법이라 판결했다. 결국 해당 소송은 2015년 대법원에서 합법으로 결론이 났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에도 풀지 못한 숙제라는 의미다.

일부 소비자들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선택권을 침해하는 제도라 주장하고 있다.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경우 의무휴업일에도 전통시장을 찾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의 존폐 여부는 결국 국회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해당 제도를 개선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상황에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반대할 가능성이 커 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산업발전법에 명확히 기재된 사회적 합의를 대놓고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10년 전 대형마트와 지역 상권 상생을 위해 도입했던 의무휴일제를 인기 투표로 없앨 수 있다는 발상이 저를 분노케 한다"고 했다.

정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규제개선을 필요하나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위기에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소상공인 대표 5개 협·단체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기부가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정책 대상이 누구인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의 입장과 오늘 말한 내용들을 잘 정리해 정부 및 관계부처와 소통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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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세종=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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