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뺀 中경제보복, 대만 봉쇄 군사훈련(종합)
- 대만 주변 실사격 등 본격 군사훈련 돌입..美는 항모전단 필리핀해 작전
- 펠로시 방한 후 윤석열 대통령 만나지 않는 것 근거로 '순방 실패'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떠났지만 여파는 무력시위를 넘어 경제보복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만 식품 10개 중 6개 이상의 중국 수출이 이미 봉쇄됐다. 다만 중국의 표적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제외하고 일부 농식품에 그쳐 아직은 상징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대만 언론의 통계를 인용, 대만 기업 전체에 등록된 식품 3228건 중 64%인 2066건의 중국 수입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100여개 대만 식품기업이 관련 규정을 어겨 수입을 긴급 차단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수산물이 781개로 수입 금지 비율이 가장 높다고 관찰자망은 전했다.
또 건축자재나 철강재 제조에 쓰이는 천연모래의 대만 수출 길을 3일부터 막고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갈치, 냉동전갱이 수입도 금지했다. 명분은 유해물질이나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이지만 시기상 보복성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대만민주기금회나 국제협력발전기금회를 대만 독립분자 관련기구로 규정하면서 연관 기업들과 교역·협력을 봉쇄하는 조치도 꺼냈다.
대만의 중국 의존도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5월 무역수치를 보면 대만의 중국 수출액은 158억 달러로 전체 420억 달러의 37.6%에 달했다.
또 대만 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대만의 본토 식품 수출액은 113억4000만 위안이며 이 가운데 가공식품이 43억8000만 위안으로 가장 많았다. 육류·수산·채소·과일가공품, 설탕·초콜릿·초콜릿제품, 곡류·분말·전분 또는 우유의 가공식품, 제과류 등이 해당된다.
관찰자망은 “중국의 수입 금지로 대만 식품 업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중국 매체가 주장하는 대만의 대중국 수출품은 주로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제품과 기계류(80%이상)가 대부분이다. 중국이 현재 제재를 가한 대만산 농수산식품 비중은 올해 상반기 0.23%에 불과하다.
오히려 반도체 등 전기·전자 산업의 경우 역으로 중국의 대만의존도가 높다. 중국의 주요 업체들은 스마트폰용 SoC(시스템온칩) 등 첨단 미세공정 적용 반도체를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에 여전히 기댄다. 따라서 경제 제재의 전방위 확대는 중국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경제학자인 훙하오는 “대만 기업들은 주요 중국 투자자여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와도 같다”며 “대만을 제재하는 것은 돌을 들어 자기 발에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와 동시에 이날부터 대만 주변에서 실사격을 포함한 본격적인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대만 서남부, 북부, 동북부 등 3개 훈련 구역은 대만이 2009년에 선포한 12해리(22.224km) 영해 이내다. 즉 대만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해역에서 중국군이 훈련을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관측통들은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주장을 행동으로 전 세계에 알리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된 6개 훈련 구역은 대만 주요항구와 항행로를 둘러싸면서 대만 해·공역에 대한 준(準)봉쇄 구도를 형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천연가스·원유 등 전략물자를 해상 운송에 의지하는 대만 상황을 감안할 때 이런 봉쇄는 사실상 ‘고사(枯死)’ 작전이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어서는 장사정포 포격,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대만 동부 바다에 떨어지는 미사일 발사 등이 훈련 프로그램의 일부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 동부 바다를 겨냥한 미사일 발사가 실현되면 미사일의 종류에 따라 대만 유사시 미국의 증원 전력 개입을 견제하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맞서 미국 해군은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항모전단을 대만 동남부 필리핀해로 보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준 실전 훈련에 대만·미군이 대응할 경우 1954∼1955년, 1958년, 1996년에 이은 제4차 대만 해협 위기가 발발할 수 있다는 예상 역시 제기된다.
한편 펠로시 의장의 방한에 대해 중국은 아직 특별한 논평이나 평가는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이기 때문에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펠로시의 아시아 순방’을 실패라고 중국 매체는 평가했다.
펠로시 의장 방한 기사에 칩4와 한국의 대중 무역을 거론하는 매체도 다수 있다. 신경보는 “반도체를 제외한 모니터,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제품 등 대중 수출이 3개월 연속 적자를 내고 있으며 이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라면서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 펠로시 의장을 만난다면 칩4 참여 여부 입장 표명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정부의 정치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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