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개편 공론화..코로나19가 영향 미친 영유아 발달 문제부터 논의돼야

김향미 기자 2022. 8. 4. 15: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학연령 하향 관련 학부모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금 코로나 때문에 애들 사회성 떨어지고 학력 떨어지고…저소득층은 더 심하고. 그런 것은 안 보이나. 왜 급한 현안들은 처리하지 않고 공감 못 할 것들만 내놓는지 모르겠다.”

교육부가 취학연령 1년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공개한 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폐기할 수 있다”라고 밝히면서 학제개편안이 사실상 폐기 순서를 밟는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교육부는 일단 공론화 과정을 시작했다.

‘만 5세가 발달단계상 초등교육을 시작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비판 여론이 큰 가운데, 정부가 2025년 이후로 학령기에 접어드는 영유아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 추진안을 짰다는 비판이 나온다. 범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아동의 발달 지연 및 심리적 문제 등을 해소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교육부의 추진안을 보면 2025년부터 4년간 취학연령을 조정한 후 2029년부터는 만 5세 취학이 일반화된다. 조기 입학은 2019년생(현재 만 2세)부터 영향을 받게 된다. 2020년 전후 몇 년간 출생한 영유아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 사회적 접촉이 줄었고, 어린이집에서도 상황에 따라 만 2세부터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한다. 코로나19 유행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태어날 영유아들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은 영유아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이 2020년 11~12월 부모 및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와 아동의 삶’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만 0~6세 아동의 부모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언어발달에 대한 염려(5점 척도에 평균 3.23점)가 높았다. 보고서는 “특히 일상화된 마스크 착용,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교육기관의 휴관 등으로 인해 만 0~6세 자녀에 대한 언어발달에 대한 걱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지난해 6월 개최한 ‘코로나19, 영유아 발달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을 보면 같은 해 5월 서울·경기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709명, 학부모 742명 등 총 14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의 71.6%, 학부모의 68.1%가 코로나19가 아동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원장 및 교사들은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언어발달 기회 감소’(74.9%)를, 학부모들은 ‘바깥 놀이 위축으로 인한 신체운동시간 및 대근육·소근육 발달 기회 감소’(76.0%)를 가장 큰 영향으로 꼽았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양신영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유행이 2022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면 아동들의 발달지연은 3년 이상 누적되는 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초등 1학년에 진학했을 때의 발달 격차 및 수준을 고려해 교육과정의 양을 핵심성취기준 위주로 진행하거나 난도와 속도를 조절하는 등 교육과정 운영상의 묘가 필요하며 입학 후 개별 아동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 및 도움 제공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코로나19 유행 장기화 속 영유아들의 발달지연 문제나 학령기 아동의 교육격차, 정신건강 문제 등에 대한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시보육특별자문단은 지난 2월 자문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영유아”라며 서울시 차원의 대책을 건의한 바 있다.

교육부가 취학연령 하향 시점을 2025년으로 못 박아 제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신속히 강구하라”고 힘을 실어준 것을 보면 영유아들의 코로나19 영향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추진안을 짜기 전 학부모·전문가들에 사전 여론 수렴이나 논의를 거쳤다면 짚어낼 수 있는 문제다. 김영연 한국교육개혁전략포럼 사무총장은 지난 2일 교육부 장관과 학부모단체 관계자들 간 간담회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엄마, 아이들도 힘들었고 발달경계선에 있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다. 학급당 인원수를 줄여 어떻게 아이들을 잘 돌볼 것인가를 신경 써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