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출발..투명성 확보 vs 노조권한 비대

서미선 기자 2022. 8. 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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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부터 130개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가 시행된다.

노동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며 방만경영 감시가 강화돼 투명성과 책임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노사 대립이 심화하고 경영 간섭이 커지며 주주이익을 침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비상임이사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는 공공기관부터 순차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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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36곳·준정부기관 94곳 대상..방만경영 감시 강화될듯
노조탈퇴 의무·노동이사만 임추위 제외 경영지침에 논란 여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한전KDN,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농어촌공사 등이 주요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입주해 있는 나주혁신도시(나주시 제공)2017.6.9/뉴스1 ⓒ News1

(세종=뉴스1) 서미선 기자 = 4일부터 130개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가 시행된다.

노동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며 방만경영 감시가 강화돼 투명성과 책임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노사 대립이 심화하고 경영 간섭이 커지며 주주이익을 침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시행 방침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공포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이날부터 공공기관에 적용된다.

시행 대상기관은 공기업 36곳, 준정부기관 94곳이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비상임이사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는 공공기관부터 순차 시행된다.

이날 이후 임기만료 등으로 이사 자리가 비는 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노동이사 1명을 뽑아야 한다. 오는 11월 비상임이사 2명의 임기가 끝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도입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공공기관 130곳 중 115곳이 과반 노조를 갖고 있어 대부분 노조 대표 추천으로 노동이사가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자격은 3년 이상 해당기관에 재직한 노동자로, 임기는 2년이고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엔 서울시가 2016년 최초 도입했고, 전국 10개 지자체 83개 공공기관에서 103명의 노동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한국노동연구원 설문조사에서 서울시 산하기관은 노동이사제 도입 뒤 경영 투명성과 공익성, 민주적 이사회 운영 등 3가지 측면에서 긍정적 변화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 정치권 입김에 공기관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1월 "월성원전 조기 폐쇄도 노동이사제가 있었으면 가능했겠느냐"며 "공공기관의 경우 시도해보는 게 좋지 않겠나 했다"고 한 바 있다.

반면 이사회에 1명뿐인 노동이사의 발언·의결권이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워 공공기관 경영 개선에 크게 일조하진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노사 대립을 심화시키고 이사회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경영 효율성과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사업구조조정, 해외사업 진출 등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의 이익이 지금보다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당장 노조 조직률이 70% 이상에 달하는 공공부문 노조는 노동이사제 시행으로 권한이 더 강화될 수 있고, 이 경우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개혁의 장애물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법이나 시행령이 아닌 경영지침에 노동이사의 '노조 탈퇴 의무' 등을 담은 것도 논란의 불씨가 될 여지가 엿보인다.

기재부는 지난 6월 노동이사의 자격과 권한, 의무 등을 담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에 △노동이사로 임명되는 사람이 노조법상 노조 조합원인 경우 그 자격 또는 직을 탈퇴하거나 사임해야 한다 △노동이사는 임추위 위원이 될 수 없다 등 내용을 담았다.

노동계에선 이에 대해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이사의 노조 탈퇴를 의무화한다면 그 지위가 불명확해지고, 다른 비상임위원과 달리 노동이사만 임추위에 들어갈 수 없게 제한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smi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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