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당대표 '강제종료' 수순, 복귀 노린 이준석 위기
당 윤리위원회에서 '6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복귀 길이 막히고 있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발 잇따른 논란은 되레 이 대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최고위 해체 및 비대위 구성'이 진행되면서 이 대표가 ‘자동 해임'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당 '원톱'이 된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은 불안한 리더십을 노출했다. 지난달 15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문제에 "내가 추천했다. 7급에 넣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는 실언으로 여론의 공분을 샀다. 여기에 지난달 26일 불거진 권 대행과 윤석열 대통령 간 '내부총질' 문자 유출은 '권성동 체제 위기론'에 쐐기를 박은 셈이 됐다.
자연스럽게 이준석 대표의 존재감이 커졌다. 직대 체제 3주간 급락한 당정 지지율과는 다르게 여의도를 떠난 이 대표 지지율은 고공행진했다. 문자 유출 사건이 터진 지난 26일부터 다음날까지 넥스트위크리서치(KBC광주방송·UPI뉴스 의뢰)가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이 대표는 26.0%로 안 의원(17.1%)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는 2주 전 같은 조사(직대체제 초기) 대비 3.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여의도 안에서도 이 대표 동정론이 일었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내부총질'이라는 말과 함께 대선 기간 이 대표 유세 현장 사진을 올리며 윤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같은 당의 하태경 의원도 2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으로 볼 때 이 대표가 꼭 불리하지는 않다"며 "이 대표 입장에서 (성상납 의혹 관련) 수사가 석연치 않을 경우 (윤 대통령의) 압력이 있었다고 하기 딱 좋게 된 것"이라고 이 대표를 비호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 기간 평소 SNS를 통해 이어왔던 '윤핵관' 공격을 자제하고 지방 순회에 주력했다. 당내 혼란과 거리를 두고 민심을 모아 복귀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이 대표에게 먹구름이 드리웠다. 대통령 지지율 30%선이 무너지는 등 여권 안팎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배현진, 윤영석, 조수진 최고위원이 각각 "현 당 상황에 지도부 일원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차례로 직을 던졌다. 이들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요구했다. 여기에 사태 책임자인 권성동 직무대행도 31일 오후 당대표 직무대행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조속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하며 지도체제 전환은 급물살을 탔다.
'쇄신'을 내건 지도부지만 이면에는 다른 의도도 있다는 시각을 피하지 못했다.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가 당헌·당규상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돼 향후 직무 복귀 가능성이 열려 있었지만 현 지도부가 해체하고 비대위가 들어선다면 이 대표가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은 사라진다. '문자 파동'으로 이 대표를 향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당 혼란이 권 대행에 의해 촉발됐음에도 친윤계가 혼란을 수습한다는 목적하에 이 대표 직무 복귀 가능성을 지울 심산으로 '비대위 전환'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1일 의원총회가 비대위 체제 전환에 뜻을 모으며 지도부 해체가 기정사실화됐다. 이 대표는 연일 페이스북에 지도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연쇄 사퇴를 선언한 최고위원들을 향해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이라고 쏘아붙인 이 대표는 1일 최고위가 전국위원회(지도체제 전환 여부 논의 기구) 소집 안건 의결을 위한 정족수 확보를 목적으로 사퇴를 선언한 최고위원을 불러들일 가능성이 제기되자 "사퇴는 했지만 아직 사퇴서는 안 냈으니 최고위원들이 사퇴해서 비상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표결한다는 것 자체가 본인이 1년간 경험해온 논리의 수준"이라며 절차적 정당성 부족을 꼬집었다.
이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김용태 최고위원도 1일 "의총 결과와 상관없이 최고위원으로서 비대위 전환에 반대한다"며 "'비상'이라는 수사로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정당성을 박탈하겠다는 생각은 민주주의의 역행"이라고 지도부를 직격했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2일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의 사퇴서 수리를 보류해 정족수를 채워 전국위 소집을 의결했다. 이어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3일 "비대위가 출범하면 지도부는 해산하고 자동적으로 이준석 당대표도 해임되는 것"이라며 사실상 '이 대표 축출'을 공식화했다.
이 대표는 이를 두고 3일 페이스북에 "끼리끼리 (본인을) 욕하다가 지지율 떨어지니 본인 복귀를 막는다"며 "당헌당규도 바꾸고(당대표 직무대행에 비대위원장 임명권 부여) 비상 상태가 아닌데 비상 상태를 선포한다"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 측은 책임당원들을 주축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비대위 출범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3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를 개설했다. 신 전 부대변인에 따르면 채팅방엔 600명 정도가 모였고, 구글 독스 온라인 설문조사엔 3000명이 참여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비대위 관련 상황을 당헌에 위배된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 많은 당원들이 의견을 주고 계시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 지도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대위 체제 전환 방식이 당원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들은 당 전국위원회가 열리는 9일 전후로 해서 소송 여부를 결론낼 것으로 전해졌다. 집단소송에 필요한 책임당원은 최소 5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는 이 대표 혹은 김용태 최고위원과 뜻을 같이 하거나 연락을 취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선을 그었다.
[유범열 인턴기자/박윤근 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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