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없다"했지만 드러나는 연관성..왜 이재명은 숨진 참고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나
◇4번째 죽음 그리고 음모론
지난달 26일 시신으로 발견된 참고인 김 모 씨는 애초 '단순 참고인'으로 불렸다. 수사 기관이 언론에 설명한 '김 씨의 신분'이다. 이재명 의원 관련 사건 인물들 가운데 4번째 죽음. 그래서 세간 관심이 쏠렸지만 대체로 음모론이다. 실체는 없고 의문만 무성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JTBC 취재진은 숨진 참고인 김 씨 자택을 찾아갔다. 모든 사람의 목숨은 각자 귀하다. 스스로 포기할 때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참고인 김 씨에게는 그럴 이유가 없다. 김혜경 씨 '법인 카드 유용 의혹 사건' 단순 참고인. 수사 기관은 “김혜경 씨 최측근 배 모 씨 지인이라서 불렀을 뿐”이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목숨을 놓을 이유가 없다.
숨진 김 씨 자택은 김혜경 씨 최측근 배 모 씨와 모친 명의였다. 이상한 일이다. 왜 '단순' 참고인이 법인 카드 유용 핵심 당사자 배 씨 집에 살지? 우연일 리는 없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숨진 김 씨 과거를 추적하다
숨진 김 씨 행적을 추적했다. 배 씨 명의 집에 살 정도로 친했고, 자신의 개인 카드를 배 씨에게 빌려줬다. 배 씨는 김혜경 씨에게 배달할 소고기 등을 이 카드로 60여 차례 결제한 뒤 나중에 법인 카드로 다시 계산했다. 이른바 법인 카드 '쪼개기' '바꿔치기'다.
숨진 김 씨. 경기도 산하단체 비상임 이사로 지난해 임명됐다. 이 단체 다른 이사들은 모두 경제 노동 전문가나 교수다. 김 씨는 당시 무직. 지원서에 채워야 하는 연구 실적과 논문은 아예 없다. 자격이 안 된다는 얘기다. 이곳 이사진 명단엔 당시 이재명 도지사 측근이 다수 포진했다. 내부 직원들은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도지사가 OK 해야 하는 자리'.
더 과거로 가봤다. 김 씨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 담당 기무사 정보 요원이었다. 성남시청을 드나들었고 이 시절 배 모 씨와 인연이 생겼다. 성남시 예산 내역에는 정보 요원 관련 지출도 따로 있었다. 시장과 함께하는 회의에도 여러 차례 참석했다.
◇ 묵묵부답 이재명 의원
정리해보자. (1)김혜경 씨 최측근이자 카드 유용 혐의를 받는 배 모 씨에게 개인 카드를 빌려준 인물 (2)도지사가 임명하는 산하기관 이사 자리에 이례적으로 앉은 인물 (3)이재명 시장 시절 성남시를 10년 가까이 출입한 정보 요원.
이쯤 되면 기자들이 질문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오전 이재명 의원에게 물었다. “숨진 참고인 김 모 씨를 아십니까” 대답은 없었다. 아래는 현장 화면. 이 의원 표정이 복잡하다.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이재명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이 의원은 입을 열었다. 숨진 김 씨와 연관을 강력히 부인했다.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참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 검·경찰의 강압수사를 견디지 못해 '언론과 검찰이 나를 죽이려 한다'고 돌아가셨다"고 했다. 이 의원의 분석, 죽음의 이유는 강압 수사라는 거다.
이 의원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에 엮는다"고 했다. “저는 염력도 없고 주술도 할 줄 모르고 장풍을 쓸지도 모른다”라고도 말했다. 숨진 김 씨와 일체 관계없다는 얘기다. 반복해서 말했다. '이재명과는 관계가 없다'
◇그런데 분명 관계는 있다
이 의원 발언 이틀 뒤인 지난 2일. JTBC는 '숨진 김 씨가 민주당 경선 기간, 부인 김혜경 씨와 선거 일정을 함께 한 운전기사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기레기라 불리긴 하지만 JTBC가 아무 증언이라고 막 기사로 쓰진 않는다. 검증이 필요하다.
증언은 복수였다. 기사에 나온 2명보다 많다. 그 증언 가운데 직접 들었거나 본 게 아니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상황들이 있었다. 특정 지역에서 김혜경 씨와 소화한 일정과 비교 대조했고 충분히 개연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날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 증언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있었다. 이 의원 쪽에 질문을 보냈다.
'숨진 참고인이 김혜경 씨 운전기사로 일하게 된 이유가 뭐냐'고 반복해서 질문을 보냈지만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이 의원 전 선거 캠프 관계자, 이 의원실 관계자, 경기도청 관계자, 김혜경 씨 측 관계자 그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그런 뒤 밤 10시쯤 나온 입장이 묘했다.
〈알려드립니다〉
-대선 경선 기간 김혜경씨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없는 인연을 억지로 만들려는 음해와 왜곡에 강력한 유감을 표합니다.
콕 찍어 '김혜경 씨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다만 그 차량만은 운전 안 했단다. 그러면서 '없는 인연'이라고 표현했다. 취재진도 알고 있었다. '김혜경 씨가 탄 바로 그 차량'은 아닐 거라는 것. JTBC 기사 원문으로 돌아가 보자. '부인 김혜경 씨와 선거 일정을 함께 한 운전기사'라고 썼다. 취재진은 김혜경 씨를 수행하는 몇 명과 차량 두 대가 있었고, 숨진 김 씨는 그 운전기사 중 하나였다는 걸 파악하고 있었다. 해명은 어설펐고 눈에 띄는 건 '없는 인연'이라는 거짓말이었다. 인연은 분명히 있다.
◇ 다시 스스로 뒤집은 해명
보도 전까지 한나절 동안 이 의원 측에 질문을 계속했다. “숨진 김 씨가 김혜경 씨 운전기사가 아닌데 왜 배우자 운전기사 월급을 줬다고 신고하셨나요” 이번에도 역시나 답은 없다.
이쯤 되면 실존적인 의문이 생긴다. '배우자 운전기사는 아닌데 배우자 운전기사라고 월급도 주고 신고도 했다. 하지만 배우자 운전기사라고 기사를 쓰는 건 왜곡이고 음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가.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건가.
이번에도 보도가 나간 뒤 밤 10시 넘어 '사실과 다른 보도가 되지 않도록 유의를 당부드린다'며 입장이 나왔다.
〈알려드립니다〉
-이미 밝혔듯 김혜경 씨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김혜경 씨가 잘 아는 자원봉사자로 다른 인물입니다.
-김 모 씨는 배우자실의 선행 차량을 운전했고 정치자금법에 따라 계약하고 단순 노무인 차량 운전 업무에 대한 수당을 받았습니다.
참 이상하다. 그러면 전날 보도 때 “김혜경 씨 수행 차량 운전기사는 맞지만 다만 배우자 본인 차량을 몰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으면 될 일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의원은 “숨진 김 씨를 아느냐”는 질문에 아직도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관계없다”고 했지만, 분명 관계는 있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할 수는 있었을 거다. 대선 후보는 바쁘고 캠프에 사람은 많다. 하지만 객관적인 상황이 '관계는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배우자 '선행 차량' 운전기사였고 함께 일정을 소화했다. 가장 소중한 배우자와 함께 움직이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이재명 캠프의 일원이다. 적어도 처음 "숨진 김 씨를 아시느냐"는 기자들 질문이 쏟아진 뒤 어떤 인물인지 확인은 해봤을 테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면 성남시를 10년 가까이 출입한 정보 요원이고, 도지사가 허가해야 갈 수 있는 산하기관 비상임 이사이고, 김혜경 씨 최측근 배 모 씨에게는 개인 카드를 빌려준 인물이다.
다시 이 의원께 질문한다. “아무 관계가 없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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