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침해하면 무관세 혜택 중지? 통상 쟁점이 된 '노동문제'
지난해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 멕시코 공장에서 진행된 기존 노조 단체협약 유지 투표에서 친 회사측 노조가 일부 반대표를 폐기하고 노동자들을 협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멕시코 정부 측에 GM 분쟁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고, 양국 정부는 논의 끝에 GM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새로 투표를 하라고 결정했다. 결국, 멕시코 노동부와 국제노동기구 참관인 감독하에 재투표가 진행됐다.
이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노동 신속 대응 메커니즘’ 때문에 가능했다. 이 규정에 따라 멕시코 내 특정 사업장에서 노동권침해가 인정될 경우, 미국은 해당 사업장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중지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등 협정상의 특혜를 중지할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강제노동 등 노동권을 위반한 환경에서 생산된 상품의 국제 거래에 대해 본격적인 제재에 나서면서 기업들도 이와 관련한 공급망 점검과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5일 발표한 ‘노동이슈의 통상 의제화 분석 및 시사점’을 보면 노동조항이 담긴 지역 무역협정은 1995년 4개에서 2006년 27개, 2021년 113개까지 늘었다.
전체 지역 무역협정에서 노동조항이 포함된 무역협정 수의 비율은 1995년 17.4%에서 지난해 34.2%까지 높아졌다. 미국과 EU는 2000년대 중반부터 자국이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노동권을 침해하며 저가에 제조된 상품이 수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은 USMCA를 통해 협정의 노동조항 불이행 시 특혜관세를 중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데 이어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도 지난 6월부터 시행했다. 이 법은 중국 신장지구의 강제노동 및 인권침해를 문제 삼으며 관련 제품의 미국 수입을 전면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는 지난 2월 발표한 ‘기업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에 관한 지침’을 통해 역내 기업과 역외 기업 모두에 공급망 내 인권침해 여부를 검토하고 보고할 의무를 부과했다. EU는 미국의 강제노동 근절 노력에 발맞춰 강제노동 생산품의 역내 수입금지 법안 도입 계획도 밝힌 상태다.
앞서 한국도 EU와의 FTA를 통해 노동문제가 통상 분쟁화되는 상황을 경험했다. EU 측은 FTA 협정문에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노동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내용이 있지만 한국이 ILO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어 FTA 상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패널이 EU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노동 문제로 통상마찰을 겪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무역협회는 설명했다. 올해 4월 9년 만에 개최된 한미 FTA 노동위원회에서도 미국이 한국의 노동 규정 이행 여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보고서는 국내 노동 이슈, 노동 관련 국제협약 및 FTA 노동 규정 미이행 등 국내법상 의무 위반뿐 아니라 노동문제 관련 위험이 있는 국가와 연계된 기업의 공급망도 앞으로 통상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준석 무협 연구원은 “법적 의무 이행 점검과 동시에 공급망 위험 검토와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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