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수영복 차림' 오토바이 질주..처벌 대상일까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일대에 청바지만 입은 남성과 수영복 차림의 여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주행하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경찰은 이들을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 혐의로 처벌할 방침으로 알려졌는데, 범죄 성립 여부를 놓고 법조인들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 강남경찰서는 해당 여성과 남성의 신원을 특정해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경범죄처벌법 3조의 ‘과다노출’ 조항을 적용해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조항은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경찰 관계자는 “둔부가 보였기 때문에 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해 과다노출로 처분할 것”이라며 “남성은 상의만 벗은 상태였지만, 함께 오토바이를 탔기 때문에 공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동기를 파악해볼 것”이라며 “법리 검토 후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라고 했다. 과다노출 혐의가 인정되면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과료 처분을 받게 된다.
처벌의 관건은 이들의 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꼈는지 여부다. 지난 4월 창원지법은 부산 등지에서 여성용 핫팬츠를 착용하고 카페를 이용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벌금 15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공연하게 엉덩이를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줬다”고 밝혔다. 이번 일도 타인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 것인지가 주된 판단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박모씨(29)는 “생각보다 노출 정도가 큰 수영복이라 ‘여기가 한국인가’ 싶어 놀랐다”고 했다. 반면 프리랜서 오모씨(33)는 “누군가 불쾌감을 느껴 신고한 게 아닌데 수사를 하는 것이라면 과하다는 생각”이라며 “수영복은 일상적으로 입는 복장이고, 노출에 대한 기준도 모호한 것 같다”고 했다.
행위의 의도 역시 판단 근거가 된다. 이들은 특정 유료 플랫폼을 홍보하기 위해 조회수를 끌어모을 수 있는 영상을 찍어 SNS에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
LK법률사무소의 이동건 변호사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의도에서 한 일이 아니라고 적극 주장하면 기소되더라도 법원에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며 “수사기관이 수치심이나 불쾌감이라는 주관적 감정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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