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직원도 일요일은 쉬고 싶다"..'의무휴업 폐지'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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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휴업이 생긴 뒤에야 아이와 주말 여행을 처음으로 갔어요."
2009년부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해온 박상순(56)씨는 2012년부터 월 2회 의무휴업 제도가 도입되면서 비로소 격주 일요일을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됐다.
4일 국무조정실이 첫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자정부터 오전 10시)을 논의하는 등 제도 폐지 움직임을 보이자, 마트 노동자들이 "쉴 권리를 제한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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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폐지 말고, 유통 전반으로 확대해야"
“의무휴업이 생긴 뒤에야 아이와 주말 여행을 처음으로 갔어요.”
2009년부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해온 박상순(56)씨는 2012년부터 월 2회 의무휴업 제도가 도입되면서 비로소 격주 일요일을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됐다. 그는 의무휴업일이 다시 사라지면 일요일 휴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금도 의무휴업을 하지 않는 주에는 누가 일요일 근무를 할지 제비뽑기를 할 정도로 일요일 휴무를 원하는 노동자가 많다. “마트 노동자에게 한달 두번 일요일 휴무는 고된 노동 속 단비라 이를 없애는 건 받아들이기가 힘들죠.”
4일 국무조정실이 첫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자정부터 오전 10시)을 논의하는 등 제도 폐지 움직임을 보이자, 마트 노동자들이 “쉴 권리를 제한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코스트코 노동자 약 1만명이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가 의무휴업 폐지를 논의하면서 노동자 건강권·휴식권 문제를 배제하고 있다”며 “의무휴업을 폐지할 게 아니라, 쿠팡·식자재마트·이케아 등 유통산업 전반으로 영업제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난립으로 골목 상권이 어려워지고 종사자들도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비판에 따라 2012년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을 뼈대로 한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은 매달 이틀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치면 공휴일이 아닌 날로 정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두었다. 그동안 대형마트 쪽은 ‘의무휴업 등 영업규제로 쿠팡 같은 온라인 업체와 경쟁이 어렵다’며 제도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왔고, 최근 윤석열 정부가 이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부 지자체는 대형마트의 요구를 받아들여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옮기고 있다.
마트노조는 의무휴업이 사라질 경우, 업무량이 평일과 같거나 되레 많아지는 일요일 노동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의무휴업 적용을 받지 않는 ‘이마트 네오센터’의 배송기사 김아무개(38)씨는 “한달에 한번씩 노동자들이 돌아가며 일요일에 쉬는데 그런 날은 평상시보다 일이 많다. 출근자는 평소보다 1.5배 이상 많은 물량을 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대형마트는 쿠팡 등과 (규제로 역차별을 당한다며) 자꾸 비교하는데 쿠팡 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지는 (상황을) 잘 알지 않느냐”며 “노동자 휴식권은 현행보다 줄일 게 아니라 되레 유통서비스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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