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소상공인 쪽 "최소 안전망 허무는 일" 반발

김영배 2022. 8. 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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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 움직임에 소상공인 쪽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소상공인 단체 대표들은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열린 첫 규제개혁심판회의에 출석해 대형마트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의무휴업제 폐지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 쪽에서 의무휴업제 폐지 반대 뜻을 밝힐 때면 "대형마트의 어려움도 이해한다"는 식의 발언이 따라 나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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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선 붕괴, 골목상권·전통시장 궁지로 몰아"
코로나19 방역 조처의 최대 피해 지대
"온라인 흐름 속 대형마트 어려움도 이해하나.."
"절차상 졸속, 시기도 부적절"
지난 1일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관문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 움직임에 소상공인 쪽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소 유통업체에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생존의 마지노선인 장치를 허물어 가뜩이나 어려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궁지로 내모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소상공인 단체 대표들은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열린 첫 규제개혁심판회의에 출석해 대형마트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의무휴업제 폐지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신설된 규제심판회의는 민간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 등 100여명으로 짜인 규제심판부를 중심으로 규제 관련 의견을 수렴하는 회의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형마트 의무휴업폐지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소상공 업종 80개 남짓을 아우르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 쪽은 “대규모 점포와 중소 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지역경제의 중심인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은 위기에 직면할 것이고, 유통질서 확립과 상생발전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지역별 현실을 고려해 일요일, 수요일 등 다양하게 지정해 자율적으로 시행 중인데, 중앙정부에서 이를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폐지할 경우 부정적 파급효과는 고스란히 지역 상공인이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지 움직임 자체에 대한 불만과 우려와 함께 절차상 졸속의 문제도 소상공인 쪽의 반감을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온라인 투표 방식의 국민제안을 받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를 추진하다가 논란 끝에 철회했으며, 국무조정실에서 이를 이어받은 모양새다. 이런 절차적 흠결과 함께, 장기간 이어지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와중이라는 시기 문제도 겹쳐 있다. 소상공인 영역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와 방역 조처의 최대 피해 지대이고, 고금리·고물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송유경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를) 바꿔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의무휴업제 폐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곳도 있겠지만 80~90%는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두 번(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몰아서 세일(할인) 행사를 하는 식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그나마 내려놓으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총궐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모임인 전국상인연합회는 이미 집단행동을 예고해놓은 상태다. 전국상인연합회는 “오는 8∼12일 전국 1947개 전통시장에 대형마트 휴업 폐지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지난 3일 밝히고 관계자들에게 공문을 발송했다.

반발 분위기 속에서 일부 변화의 싹도 엿보인다. 의무휴업제 도입 뒤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유통시장의 판도가 온라인 위주로 재편된 현실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사정 탓이다. 소상공인 쪽에서 의무휴업제 폐지 반대 뜻을 밝힐 때면 “대형마트의 어려움도 이해한다”는 식의 발언이 따라 나오곤 한다.

한 소상공인단체 대표는 지난 2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최소한의 상생을 위한 규제인데 어떠한 공론화나 협의 과정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없애겠다고 하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온라인쇼핑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도 어렵다는 것은 이해한다”고도 했다. 의무휴업제 폐지 추진에 앞서 절차·시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2012년 도입됐다.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제도 도입 당시 대형마트는 지금과 달리 유통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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