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호재는 옛말? '57원 오르자 영업익 5천억 늘었다'

안준형 2022. 8. 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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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수출기업 2분기 환율 효과 보니
환율상승으로 판매부진에도 깜짝실적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수출기업의 지난 2분기 실적을 보면, '환율 효과'가 눈에 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00원을 넘기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지난 2분기 달러 대비 원화 평균환율은 1263원으로 지난 1분기보다 57원(4.7%) 올랐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13% 넘게 오른 상황이다.

업계에선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환율 효과가 예전만큼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주요 수출기업의 환율 효과는 여전한 셈이다.

SK하이닉스, 비용 증가 빼도 환율로 이익 4천억↑

달러로 거래되는 반도체 업계는 달러 가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한 곳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3조8110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13.6%(1조6553억원) 증가했다. 매출 증가분 1조6553억원 중 5000억원 가량은 환율 효과다. 반도체 결제 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오르면서 원화로 환산되는 매출도 늘어난 것이다.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김우현 SK하이닉스 재무담당은 "2분기 원 달러 평균환율은 1분기 대비 5% 포인트 가량 상승했다"며 "100% 미국 달러 결제 기반이기 때문에 매출에는 약 5000억원 이상의 증가 효과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반면 달러로 사 오는 원자재 비용은 증가한다. 김 재무담당은 "원가 쪽에 전체 비용 중 외화 결제 비중이 약 40%"라며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 효과를 차감하면 약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4조1926억원으로 1분기보다 46.6%(1조3330억원) 가량 늘었는데 이중 4000억원이 환율 효과인 것이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서병훈 부사장은 "달러의 큰 폭 강세로 부품 사업(반도체)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약 1조3000억원 수준의 전사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 달러 대비 원화 평균 환율이 1분기보다 57원 오르자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4조1200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0.17%(200억원) 감소했는데, '환율 효과'가 없었다면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커지는 셈이다.

달러 가치 상승이 삼성전자의 모든 사업부에 좋은 것은 아니다. 서 부사장은 "DX 사업에는 일부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가전, 모바일 등이 포함되는 DX 부문의 경우 전 세계에서 현지 통화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다른 통화 가치는 떨어져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 = 이명근 기자 qwe123@

현대차, 판매 줄었지만 환율로 영업익 6410억 늘어

수출이 많은 완성차 회사도 환율에 따라 실적 차이가 커진다.

현대차의 지난 2분기 매출은 36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7%(5조6740억원)가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조9800억원으로 58%(1조940억원) 증가했다. 실적 증가분 중 매출 2조1540억원, 영업이익 6410억원은 환율 효과다.

지난 2분기 달러 대비 원화 평균 환율은 작년 2분기(1116원)보다 13.1%(147원) 올랐다. 환율이 147원 오르니 매출이 2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컨퍼런스콜에서 서강현 부사장은 "지난 1분기부터 계속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대외 변수 등으로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감소했지만 인센티브 축소, 우호적 환율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조선·항공, 환 헤지로 적극 대응

대부분의 선박대금을 달러로 받는 조선업도 환율에 민감하다. 여기에 선박 수주에서 건조까지 2~3년 동안 선박대금을 나눠 받는다는 점도 작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선사가 환 헤지(hedge, 위험 회피) 전략으로 환율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실제로 지난 2분기 달러 가치가 크게 올랐지만 조선업계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박 원재료인 강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 2분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모두 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달러로 수주하고 건조 기간이 긴 조선사들은 달러에 민감하지만 2000년대부터 대부분의 조선사들이 환 헤지를 하고 있다"며 "조선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수주금액의 70% 가량을 환헤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외환 유출입에 대해 완전 헤지 전략을, 현대중공업은 수주잔고 50%에 대해 환 헤지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환 헤지도 실적에 반영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영업외이익'으로 외환관련손익이 537억원 발생했는데, 환 헤지에 따른 평가손익으로 분석된다.

항공업계는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달러 가치 상승이 달갑지 않은 업계로 평가받는다. 외화결제 비중이 높고, 항공기를 구매할 때 외화차입금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항공사들도 환 헤지로 환율 변동에 대응하고 있지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조선업계보다 많은 편이다. 

예컨대 대한항공의 경우 41억달러의 순외화부채를 떠안고 있는데, 환율이 10원 변동하게 되면 약 41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현금 흐름(Cash Flow) 측면에선 환율 10원 변동하면 현금 190억원이 오락가락한다. 대한항공은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헤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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