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우군으로 부상한 오세훈..'윤핵관' 견제?
與일각 '오-이 연대→개혁보수당 창당→대권 도전' 가능성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재기(再起)를 노리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당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다. 당내에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이핵관'(이준석 대표 핵심 관계자) 세력 간의 계파 갈등 양상도 일고 있다. 차기 당권과 대권을 노리는 여권 인사들은 이 두 세력 중 어느 곳에 힘을 실을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의 '친(親)이준석'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오 시장은 코너에 몰린 이 대표를 향해 연일 '지원 사격'을 가하는 모습이다. 여권 일각에선 '윤핵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여권 내 차기 대권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오 시장이 '윤핵관' 대신 이 대표 손을 잡고 차기 대권을 노리려 한다는 시각이다.
李 손 잡은 '깐부' 吳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 대표가 믿고 소통하는 몇 안 되는 '선배'다. 이 대표는 '성 접대 및 증거은폐 논란'으로 중징계를 받자 오 시장과 통화하며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오 시장은 이 대표에게 "참고 인내해야 할 때"라고 말했고, 이 대표는 오 시장에게 "잘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대표의 입지가 좁아진 국면에서도 오 시장은 공개적으로 이 대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오 시장은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중징계 결정이 나기 전인 지난달 6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이 대표가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당으로선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권 일각에선 오 시장과 이 대표 간의 관계가 정계 선후배를 넘어 '정치적 깐부(끈끈한 동지)'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이 대표는 오 시장이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을 때 캠프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아 오 시장 당선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에 오 시장도 보궐선거 2개월 뒤 치러진 당 대표 선거에서 이 대표를 도왔다. 오 시장은 당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제 우리 당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중도층과 20, 30대 젊은이들은 누가 대표가 되었을 때 계속 마음을 줄까"라며 "유쾌한 반란을 꿈꾼다"고 적었다. 사실상 최연소 후보로 나선 이 대표를 공개지지한 셈이다.
오 시장은 최근 당내 비대위 체제가 논의되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인사(人事)를 통해 '윤핵관'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오 시장이 오신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을 서울시 새 정무부시장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오 전 의원은 대표적인 친유승민계 의원으로, 지난 6월11일에는 서울에서 열린 유승민 전 의원 북콘서트에 이준석 대표와 같이 참석했다. 오 전 의원은 이 대표의 중징계를 '탄핵'으로 일컬으며, 당 지도부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오 전 의원은 지난 6월2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윤리위가 당 대표를 모호한 내용으로 윤리위에 회부한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민주적 절차로 국민과 당원이 뽑은 당 대표를 9명의 윤리위원이 탄핵시키는 정치적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대권 위해 연대 넘어 창당동지로?
여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대권을 염두에 두고 이 대표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차기 대권 후보로 부상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이 대표 측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이준석-오세훈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이 대표가 오 시장을 미는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 국민의힘 분당 가능성과 관련해 "당장은 아니어도 궁극적으로 그쪽 당(국민의힘) 사정, 그쪽의 흐름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서 "오세훈 시장이 (국민의힘 분당의) 관건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분당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들이) 옛날 바른미래당의 실패, 망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때하고 지금하고 차이가 있다"며 "대선주자가 있어야 당 살림이 좀 유지가 되는데 그때는 그런 게 없어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준석과 오세훈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오 시장과 이 대표의 창당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진단을 내놨다. 당권을 쥐고 싶어하는 이 대표와, 대권을 노리는 오 시장 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다는 해석에서다.
박 전 원장은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당권을 잡은 친윤석열계가 공천 칼질을 했을 때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박 전 원장은 "오 시장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오 시장은 계속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선두를 유지할 때 차기대선을 두고 여러 가지 셈법을 계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오 시장과 이 대표가 연대한다면 파급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1위는 13%의 지지율을 기록한 한동훈 장관으로 홍준표 대구시장(12%), 오세훈 서울시장(11%), 유승민 전 의원(10%), 이준석 대표(9%)가 뒤를 이었다. 오 시장과 이 대표, 여기에 이 대표와 가까운 유승민 전 의원까지 손을 잡는다면 3명의 대권 후보가 있는 새로운 보수정당이 탄생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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