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스타벅스 취업규칙 개정.. '노동 탄압' 조항 대거 삭제

홍주환 2022. 8. 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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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코리아가 '노동자 권리 무시', 노동 탄압' 논란이 제기돼 온 취업규칙을 대거 개정했다. 사내에서 집회·시위 등을 벌이면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이 사라지게 됐다. 

지난달 초 뉴스타파는 스타벅스의 취업규칙 내용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취업규칙, 무엇이 문제였나

스타벅스의 취업규칙 중 가장 문제가 됐던 건 직원을 징계해직할 수 있는 조항이 담긴 35조(징계해직의 기준)였다. 35조 10항에는 "회사 내에서 통신망, 인쇄 유인물 기타 문서를 배포 첨부하거나 집회·연설·방송·시위 등 행위를 하여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현저히 침해한 자는 징계해직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노동자가 사내에서 집회·시위 등을 벌이면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었다. 11항에는 "취업 시간 중에 업무와 무관한 정치적 활동 또는 단체적 행동을 한 자도 징계해직 처리한다"고 돼 있었다. 

35조 5항도 '노동 탄압' 소지가 있었다. '회사 및 상사를 중상 비방하는 단체 또는 개인과 합의·협조한 자'까지 징계 대상으로 하는 조항이었다. 스타벅스코리아 경영진을 규탄하는 외부 시민단체, 노동조합과 연대만 해도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어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35조 5항에선 회사 및 상사를 중상·비방하거나 다른 단체 또는 개인과 합의·협조한 것을 넘어 '이를 사주, 교사, 선동, 방조한 자'까지도 징계해직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사측이 '회사에 대한 중상·비방', '다른 단체와 합의·협조'라고 판단한 행동에 소극적으로 가담해도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최근까지 써왔던 취업규칙. 이 안에는 노동자의 집회·시위, 사측 비판 등을 막는 문제 조항들이 있었다.  

이런 스타벅스 취업규칙에 대해 노동·법률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과 단체 행동, 특히 경영진 비판을 막기 위해 만든 내용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노동 3권을 포괄적·일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승현 노무사는 "노동자들의 심리적 위축과 자기검열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그동안 취업규칙과 관련된 문제제기에 대해 "다른 회사에서도 많이 쓰는 내용이다. 최소한의 직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노동 탄압' 취업규칙 조항, 대거 삭제 확인 

하지만 지난달 초 뉴스타파가 스타벅스코리아의 취업규칙이 갖고 있는 각종 문제를 지적한 보도를 내놓은 뒤, 스타벅스코리아의 입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취업규칙이 개정됐다. 

뉴스타파는 스타벅스가 최근 직원들에게 배포한 취업규칙 개정안을 입수했다. 2022년 8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는 취업규칙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노동 탄압' 조항들로 주로 채워져 있던 취업규칙 35조(징계해직의 기준)의 기존 내용을 모두 삭제했다. 사내 집회·시위·연설·유인물 배포, 정치·단체 행동를 징계해직 대상으로 삼았던 35조 10항과 11항, 다른 단체와 연대하거나 이를 사주·선동·방조한 직원을 처벌하게 한 35조 5항 등이 사라졌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애초 '징계해직의 기준'으로 되어 있던 취업규칙 제35조의 이름도 '징계양정'으로 바꿨다. 징계양정이란 징계권자가 징계 혐의자에 대해 구체적인 징계의 종류와 양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뉴스타파 보도 이후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문제가 됐던 취업규칙 35조(징계해직의 기준)의 기존 내용을 모두 삭제했다. 

역시 독소 조항으로 꼽혔던 취업규칙 37조(본인에 준하여 징계할 경우)도 삭제됐다. "사원이 다른 사원의 징계 해당 행위에 대해 방조·기만·교사·선동하였을 경우 징계 행위를 한 사원에 준하여 징계한다"고 돼 있던 조항이다. 

스타벅스코리아 취업규칙 문제를 제기해 온 김민재 변호사는 "일부 문제적인 규정들이 비판을 받은 후 삭제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다만 스타벅스가 임직원 징계규정 등 다른 규정을 통해 또는 다른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억압하지 않는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도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허가'를 통해 제한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앞으로도 노동자의 활발한 발언이나 비판을 제약하려 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 후 입장 바꾼 스타벅스... "취업규칙 보완해 나가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바뀐 취업규칙은 고용노동청 신고와 심사과정을 거친 뒤 시행된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이번 취업규칙 개정에 대해 "제도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취업규칙 내용은 지속적으로 개정을 검토 및 보완해 나가고 있다. 다양한 의견 경청을 통해 개선할 부분 등에 대해 지속 살펴보며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뉴스타파가 스타벅스코리아 취업규칙 문제를 취재할 당시 "문제가 없다"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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