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벼랑 끝 전술'의 북한, 2022년의 생존 전략
해외에서 북한 인사를 만난 사람이 물었다고 합니다. "당신들은 왜 항상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거요?"
북한 인사는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한 번도 벼랑 끝에 서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항상 벼랑 끝에 서 있었고 자칫 잘못하면 벼랑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것입니다."
북한 인사의 이 같은 답변은 국제사회의 이단아로 살아오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적절히 대변합니다.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하고 미국과 대치하며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고 있는 북한인만큼, 매 순간순간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인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이 김일성 일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 개발을 추진하고 인권을 유린하면서 초래된 것이지만, 2500만 북한 동포의 운명이 김일성 일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도 현실인 만큼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벼랑 끝 전술, 현실적 대응 가능하게 하기도
북, 중국 러시아에 부쩍 밀착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에 중국이 민감하게 나오자, 미국이 '파렴치한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며 즉각적으로 중국을 거들었고, 리영길 국방상은 중국군 창건일을 맞아 중국 국방부장에게 보낸 축전에서 북한군과 중국군 간 '전략전술적 협동작전'을 강조했습니다. 전략적 차원에서 또 전술적 차원에서 북중 간 군사협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말인데, 앞으로 북중 합동훈련 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이밖에도 올 들어 북중 간 우호는 여러 층위에서 더욱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밀월 수준입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유엔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반대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공화국들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반대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과 러시아를 포함해 5개 나라뿐이었고, 돈바스 친러 공화국들을 인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러시아와 시리아를 제외하고 북한뿐입니다. 전 세계 왕따 국가들의 대열에 당당히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현실적인 선택은
북한의 이러한 판단은 나름대로 정확해 보입니다. 국제사회의 이단아로 계속 나아가는 한 번영은 힘들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중국 러시아 하고만 관계를 강화해도 최소한 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북한의 이런 정책은 지난 5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중국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보상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나 미국의 대화 제의나 핵 포기 설득이 먹혀들 여지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정세의 추이를 지켜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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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안정식 북한전문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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