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하향' 전문가 의견 팽팽.. "시대 반영" vs "제도개선부터"

채민석 기자 2022. 8. 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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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4명·반대 3명·판단 보류 1명
찬성 측 "소년법, 청소년 성장 반영 못해.. 흉악범죄 늘어"
반대 측 "선도 프로그램 마련 등 현행 제도 재정비가 우선"
소년교도소 확충 등 인프라 마련 필요성에는 한 목소리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소년법 관련 전문가들은 찬성과 반대로 팽팽하게 맞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년교도소 확충이나 보호관찰관 인력 보충 등 인프라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여부와는 상관없이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2022년 법무부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업무보고에서 법무부는 소년범죄의 해결책으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을 제시했다. 법무부는 TF를 운영하며 소년범죄 예방팀을 신설하고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촉법소년 접수 건수는 지난 2017년 7897건에서 지난해 1만2502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소년 보호관찰대상 재범률도 12%를 기록해 성인 재범률(4.5%)에 비해 약 3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을 만 12세 미만으로 하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두고 필요성과 시기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다. 조선비즈가 전문가 8인의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 및 조건부 찬성 4명, 반대 3명, 그리고 판단 불가 의견이 1명이었다.

그래픽=손민균

◇촉법소년 연령 하향 찬성 “청소년 사고방식·체격 달라져… 기준 바뀌어야”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 전부터 ‘촉법소년 연령 13세 미만으로 하향’을 주장해 왔다. 그는 “청소년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는데, 범죄는 늘어나고 질은 더 나빠졌다”며 “청소년들이 부모도, 선생님도, 경찰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법까지 우습게 보는 분위기가 돼버리면 나중에 성인이 돼서도 법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내린다고 해서 모두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호처분 1호부터 10호까지는 그대로 적용이 되고 상습범이나 흉악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만 그 대상이 된다”며 “시설확충이 먼저라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촉법소년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마냥 시설확충을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연령 하향을 우선 하고 시설을 확충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도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촉법소년 규정은 1958년에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청소년 성장 과정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촉법소년들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관용이나 교화의 이유로 그들을 보호해야 하는 명목이 사라지고 있다”며 “최근 청소년들의 범죄 양상이 포악해지고 있기 때문에 개정은 불가피하다. 물론 인프라와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처벌 강화만이 청소년 범죄 해결의 열쇠는 아니지만, 현실 반영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외국만 해도 촉법소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라며 “소년법의 관용이 가해자에게는 행운일 수 있지만, 피해자에게는 더없는 고통이다.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도록 방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년법 관련 인프라 마련과 연령 하향 등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현실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1953년의 아이와 2022년의 13세가 같나, 현재 청소년들이 저지르고 있는 범죄가 흉포화되지 않나, 현행 소년법상 보호처분으로 촉법소년 교화가 가능할까.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며 “연령 하향의 의미는 촉법소년 전체를 전과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간 형사처벌을 하지 못했던 살인·강도·강간 등을 저지른 청소년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것이다. 현실화 돼도 형사처분을 받는 청소년들은 1년에 10명도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김천에 하나 있는 소년교도소를 서울 등 수도권으로 확대하고 친사회적·인권적 시설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재범 방지를 위해 맞춤식 교화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재범을 막기 위한 사회 안전망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며 “가해자만 이득을 보고, 피해자의 목소리가 담길 수 없는 사건은 보호처분으로 보내면 안된다. 연령 하향과 더불어 재범 예방 환경을 조성한다면 현실화라는 단어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법 개정 과정을 두고 ‘보여주기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출 필요성은 있지만, 법 개정 전에 마련돼야 할 사항들이 산적 돼있다”며 “연령 하향은 시설 확충에서부터 보호관찰관·조사관 전문성 확보, 전문 소년부 판사 마련 등 인프라 구축과 연동돼야 한다. 현재 연령 하향 방안은 숫자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추려고 하기 때문에 상당히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월 22일 오후 정책현장 방문일정으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 구성원들과 함께 경기도 안양소년원을 방문해 소년보호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촉법소년 연령하향 반대 “기존 제도 재정비가 우선… 연령하향은 나중 일”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궁극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촉법소년 연령을 강행한다면 형사 처벌을 받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더 많은 저연령 전과자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10대 때 범죄 전과가 누적되면 ‘될대로 돼라’는 식의 자포자기형 청소년 범죄자가 늘어나 사회의 교화나 선도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반성과 변화를 유도하는 사회적인 노력이 우선 시도돼야 한다고 본다. 연령만 낮추는 것은 정치적인 시도이자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촉법 소년들을 선도하는 교정 프로그램을 갖추고 현행 제도하에서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이끌어 주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는 연령 하향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서 교수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이들에게 형사적 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노동연령이나 혼인연령 등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소년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긴급조치나 합의 제도, 피해자에 대한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서 교수는 “촉법소년들이 법을 악용하고, 범죄가 흉포화돼가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피해자는 여전히 촉법소년의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 피해자 회복에 대한 부분이나 합의 제도 등 기존 제도를 먼저 정비해야 연령 하향을 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년법의 대부’ 천종호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도 지난 1일 ‘촉법소년에 대한 2.5대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촉법소년 연령하향 대신 소년원 송치 기간을 늘리자고 주장했다. 천 판사는 “소년 교도소 수용 중에 만19세가 넘어도 필요한 경우 소년원에 있도록 해야 한다”며 “촉법소년 하한 연령을 12세에서 10세로 낮춘 이후인 2008~2010년과 2012년 학교폭력 사건이 문제됐을 때 소년 사건이 폭증했다. 하향을 하더라도 수용시설 확장 등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찬반의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연령을 한 두살 낮추는 것이 대수가 아니라, 선도를 위해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춘다면 법원에서 청소년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어린 전과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한다는 것은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선고유예나 집행유예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며 “소년 전담 법원과 보호관찰관의 숫자를 늘려 보호관찰의 내실화를 이뤄야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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