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폭행 혐의' 간병인 무죄 확정..대법 "섬망 겪는 피해자 진술 믿기 어려워"

대법원

70대 환자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병인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간병인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서울 강서구 한 병원에서 뇌출혈 수술을 받은 B씨(당시 79세)를 간병하면서 폭행을 한 혐의를 받았다. B씨는 A씨가 환자용 고정장갑을 이용해 자신의 손을 침대에 묶어 놓은 채 꼬집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주먹으로 턱 밑을 수차례 때렸다고 진술했다. A씨는 “B씨를 폭행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A씨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B씨가 진술할 때 다소 혼돈을 보이긴 했으나, 주요 부분은 일관되고 A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없다는 점을 들어 B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사건 당시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 보호자가 찍은 영상에 ‘살려달라’는 B씨 목소리가 담긴 점도 유죄 증거로 봤다.

반면 2심은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사건 당시 인지기능 저하를 동반한 ‘섬망’ 증상을 보였던 점, 취침시간이 되면 환자가 수술 부위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A씨가 의사 처방에 따라 B씨 팔목을 침대에 고정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

2심 재판부는 “신체 움직임이 제한되는 등 불편함을 느껴 몸부림 치는 피해자를 피고인이 제지하던 상황을 (피해자가) 섬망 증상 등으로 마치 피고인이 폭행한 것으로 과장하거나 오인 내지 착각해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살려달라’는 영상이 촬영된 당시 병실에 불이 켜져있고 다른 사람들도 있었던 점, B씨 몸에 외상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바탕으로 A씨의 폭행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