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한국군의 온실가스 배출량, 공공부문 전체 배출량보다 많았다

강한들 기자 2022. 8. 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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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한국의 군사 부문이 나머지 공공기관 전체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사 부문은 기존의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대상에서 제외돼 기후위기 대응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연합은 4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한국의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기준 약 388만tCO2eq(탄소환산톤)”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국방부가 ‘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탄소중립 정책 추진 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추산한 수치다. 한국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기준으로 군사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국공립대학 등 전국 공공기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능가했다. 2021 환경백서를 보면 ‘공공부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의 대상인 783개 공공기관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370만tCO2eq였다.

기후위기 대응 ‘사각지대’ 놓인 군사 분야

그동안 군사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드러나지 않았다. ‘공공부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의 대상 시설에서 군사 시설은 환경부 관련 지침에 따라 제외돼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후위기 대응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2015년 파리협정 체제에서는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를 의무가 아닌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정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보고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 중에서 군사용 목적의 연료 소비량을 기재하게 돼 있지만, 국방비 20위권의 국가 중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8개국은 항목 자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UNFCCC에 보고된 자료조차 해외 민간기구 등에서는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한다. 해외 민간기구인 CEOBS(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등은 한국에 대한 평가에서 배출 보고의 수준은 ‘매우 현저히 축소보고됨’으로 평가했고, 데이터 접근성 점수도 ‘부족함’으로 봤다. CEOBS는 군사 지출에 대한 추정치, GDP, UNFCCC의 보고 요건에 따른 데이터 제공, 군사 공급망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해 등급을 부여했다. CEOBS는 또 한국을 포함한 세계 국방비 20위권의 국가에 대해서 UNFCCC에 군사 부문 관련 보고와 데이터 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국가와 달리 미국, 독일 등 일부 국가는 군사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서를 작성하고, 배출 측정 가이드도 마련했다. 미 환경청(EPA)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가 대기오염 배출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에 군사 부문을 포함한다. 미군은 2010년부터 정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보고하고 있다.

배출량은 공개했지만, 산정 범위·방법은 공개하지 않은 국방부

이번에 공개된 국방부 연구 용역 보고서는 한국 군사 부문의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수치만 공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범위, 산정 방법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번에 공개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두고 “표본 조사에 기반을 두어 산출된 것으로 실제 배출량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해당 기관의 온실가스 배출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따라 스코프 1~3으로 나뉜다. 스코프1은 해당 기관 안에서 연료 연소 등으로 인한 직접 배출이다. 스코프2~3은 간접 배출이다.스코프2는 해당 기관이 구입한 열, 전력 등의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 스코프3은 조달과 공급망까지 고려했을 때의 간접 배출이다.

군은 직접배출보다 간접배출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CEOBS에 따르면 2019년 기준 EU 국가 군사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직접 배출이 약 800만tCO2eq, 간접배출이 약 1680만tCO2eq이었다.

스코프3 범위에 더해서 전쟁 시 발생할 온실가스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민간기구인 CEOBS가 지난 7월 낸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 보고를 위한 체계’ 보고서는 “군은 스코프 1~3의 온실가스 배출량뿐 아니라 전쟁 등 군사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추적하고,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시작해야 한다”며 ‘스코프 3+’라는 범주를 언급했다. 보고서가 제안한 ‘스코프 3+’ 범주에는 전쟁으로 인한 산불, 인프라 손상, 산림 파괴, 전쟁 난민 발생으로 인한 쉼터 건설, 이동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포함된다.

녹색연합은 “한국의 국방비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이번 배출량 수치는 실제보다 적게 추산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확인된 한국군의 배출량은 스코프 1~3 중 어느 범위까지 계산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향후 군사부문의 기후위기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필요할 경우 스코프3+까지도 고려한 배출량을 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군비 축소 등 평화 적극적 추진이 기후위기 해결과 이어진다”

군수 산업을 포함한 군사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미국 브라운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미 국방부의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5900만tCO2eq이었다. 이는 2020년 기준 아일랜드(약 5772tCO2eq), 포르투갈(5745tCO2eq)의 국가 총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연구에서 미 군수산업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약 26억tCO2eq의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매년 1억5300만tCO2eq를 배출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네덜란드의 2020년 기준 국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1억6391만tCO2eq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이다.

녹색연합은 “한국은 세계 10위 군비 지출 국가이며, 해마다 군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군사부문의 탄소배출 증가와 기후위기를 가중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군비 축소 등 평화를 증진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곧 탄소감축 및 기후위기 해결과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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