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중국 자극했지만 대가는 대만이 치르게 생겼다(상보)

中 봉쇄 작전 개시로 대만 선박·비행기 우회..경제 보복 감내해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중국의 격렬한 반발 속 방문한 대만의 타이베이 의회에 도착하며 취재진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중국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대만이 감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지 말라는 중국의 경고를 무시한 사건이 불안한 미·중 관계를 악화시켰을 수 있지만 결국 중국 정부의 압박을 정면으로 견뎌내야 하는 것은 미국이 아닌 대만이라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2일 대만 도착 후 짧은 일정을 마치고 현지시간으로 오후 6시1분쯤 한국으로 출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대해 "중국의 주권을 악의적으로 침해했다"며 미국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지역 안정을 파괴하는 가장 큰 파괴자"임이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CNN은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방문하기 전 강도 높은 발언으로 위협을 했음에도 결국에는 이를 막지 못했으며, 이러한 '실패'로 인해 중국 일부에서는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굴욕 안기는 데는 성공했지만…시작된 중국의 '보복'

중국은 이에 대응해 대만 인근 6개 지역에서 4일부터 7일까지 군사 훈련을 할 예정이다. 특히 6개 지역 중 한 곳은 대만 남부 가오슝 해안과의 거리가 20km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통신은 중국군이 훈련할 예정인 장소 6곳이 표시된 지도를 공개하면서 훈련 기간 동안 "안전상의 이유로 선박과 항공기는 이 기간에 해역 및 영공에 진입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중국은 대만 인근에서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한적은 있었지만, 이번과 같이 대만을 사실상 봉쇄하는 성격의 군사 훈련을 한 전례는 없었다.

또한 대만 국방부는 트위터를 통해 낸시 펠로시가 대만을 떠난 3일 중국 인민해방군 전투기 22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이에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켜 경고를 발신하고 중국 군용기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경계선으로, 미국은 이 선을 넘지 말라는 암묵적 합의를 중국과 대만 양측에 압박해왔다.

이러한 '지리적 봉쇄'에 대만은 3일 섬 인근 항구 7곳에 대해 대체 항로를 사용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대체 항공 노선을 찾기 위해 일본·필리핀과 협상을 시작했다.

중국의 보복은 경제 방면에서도 이루어졌다. 대만 삼립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는 대만산 감귤류와 고등어를 비롯한 생선의 수입을 금지 했으며, 대만 100여 개 식품 공장의 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또한, 중국 상무부는 대만에 건축 자재나 철강재 제조에 쓰이는 중국산 천연모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최악으로 치달은 미·중 관계…강대국 사이서 새우 등 터진 대만

분석가들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경제 조치는 상징적이며 양안 무역에서 작은 부분에 불과할 수 있지만 수천억 달러의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관계에서도 낸시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결정적으로 미·중 패권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며, 오히려 미중 간의 상호 신뢰를 크게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주펑 난징대학교 남중국해 공동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사태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문제에 대해 중국과 미국 간 협력 가능성이 매우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펠로시 의장이 "바이든 행정부의 우려를 무시하고 대만을 제2의 우크라이나로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폴 반 데르 푸텐 네덜란드 국제관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오히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중국에는 득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대만에 대한 미·중 위기가 닥칠 경우 미국의 지지에 기대를 걸고 있음에도 동맹국들이 대만에 관한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지정학적 라이벌로 부상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연합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약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리다정 대만 담강대 국제관계전략학 교수는 펠로시 의장과 같은 중진급 인사의 방문이 대만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미국과의 관계도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이 사건이 대만의 안보 리스크를 키웠다고 말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