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캔자스주 개헌 투표 부결에 고무된 이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은 캔자스주의 주헌법 개정 투표가 부결되자 크게 환영했다. 미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 권리 폐기 판결에 따라 보수 진영이 캔자스주에서 추진한 임신중단 권리 삭제 개헌 투표가 큰 표 차이로 부결된 것이다. 민주당은 임신중단 이슈의 파괴력이 증명됐다고 보고 있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등 중간선거를 앞두고 각종 악재에 시달리던 민주당 입장에선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호재를 만난 것이다.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캔자스주 보수 진영도 주헌법에서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삭제하기 위한 개헌을 추진했다. 캔자스주는 역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줄줄이 이긴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따라서 이번 투표 역시 임신중단 반대 진영의 뜻대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할 각 당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와 함께 진행된 개헌 투표 결과는 뜻밖이었다. 2일(현지시간) 개표 결과 개헌 반대표가 58.8%로 개헌 찬성표 41.2%를 압도했다. 투표에 참가한 인원도 역대 어느 예비선거보다 월등히 많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성명을 통해 “이번 투표는 다수의 미국인은 여성이 임신중단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건강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도 미국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연방법으로 임신중단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여성의 선택권을 보장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유의미한 조치를 통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임신중단 권리 보장을 위한 두 번째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임신중단이 금지된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이 다른 주에 가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민주당이 캔자스주 투표 결과에 크게 고무된 것은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11월 중간선거에 희망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야당인 공화당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와 기름값 등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제 문제는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 이슈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연방 대법원의 임신중단 권리 폐기 판결에 대한 높은 반대 여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임신중단이 지지층과 중도층을 결집할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에 비해 임신중단 이슈가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가질지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 캔자스주 투표 결과는 민주당의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민주당 하원 선거위원회 위원장인 션 패트릭 멀로니 의원은 “이것은 ‘게임 체인저’”라면서 “캔자스주 투표 결과는 이번 가을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관한 모든 가설들을 덜컥거리게 만드는 지진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공화당으로선 텃밭 캔자스주에서 나온 투표 결과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이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물가 등 경제 문제가 중간선거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일부 선거 전략가들 사이에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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