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찾아간 바이든에 "모욕"..OPEC+, 9월 증산량 85% 줄였다

정혜인 기자 2022. 8. 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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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능력 부족" 이유로 65만→10만 배럴.. 미 당국자 "원유 가격 떨어졌으니깐 괜찮다"
/로이터=뉴스1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찾아가 원유 증산을 요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결정을 내렸다.

3일(현지시간) OPEC+는 이날 화상으로 열린 정례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오는 9월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 배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과 8월 각각의 증산량 64만8000배럴에 비해 무려 85%가량 줄어든 규모다.

OPEC+는 이날 성명에서 "석유 부문에 대한 만성적인 투자 부족으로 인해 많은 회원국의 생산 능력이 심각하게 제한된 상태"라고 증산량 축소 배경을 설명했다. OPEC+ 산유국들의 생산 능력이 현재의 증산량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져 증산 속도를 늦추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산유국의 하루 유휴 원유량이 세계 수요의 2%에 불과한 200만 배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6월 OPEC+가 합의한 생산량 목표치를 달성한 산유국은 남수단, 아랍에미리트(UAE), 가봉 등 3개국에 불과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OPEC+를 이끄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의 6월 생산량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OPEC+가 에너지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 증산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너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잡고자 지난달 전격으로 이뤄진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결과가 '무성과'로 최종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15일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흔들린 국정 지지율 회복을 위해 에너지 가격 등 물가안정을 위해 다방면으로 힘써왔다. 지난달에는 사우디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 이후 자신이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헌한 사우디를 직접 방문했다.

또 사건 배후로 지목된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원유 증산을 직접 요청했다. 이를 두고 당시 미국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자존심까지 버렸다는 비판이 들끓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의 라드 알카디리 에너지 및 기후 담당 전무이사는 "OPEC+ 9월 증산량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적은 수준"이라며 "물리적으로는 너무 미미한 양이고, 정치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에) 거의 모욕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배럴당 90달러대인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3일 국제유가는 미 원유재고 증가 소식에 3% 이상 떨어지며 지난 2월 1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년 전 국제유가는 배럴당 60~70달러 사이에서 거래됐다"며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2월23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날.

미 외환중개업체인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현재 국제 에너지 위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의 증산량으로, 경기침체 우려에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OPEC+의 이번 결정이 미국과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도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백악관 측은 OPEC+의 증산량 감소에 비판의 목소리 없이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놨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OPEC+이 지난 7월과 8월 추가 증산으로 공급량을 이미 빠른 속도로 늘린 바 있다. 9월 증산량에 만족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사우디의 지난달 하루 산유량은 1078만 배럴이었다.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 국무부 에너지 특사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산유국의) 생산량만 보고 있지 않는다. 현재 유가가 최고점에서 하락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며 OPEC+의 증산량 축소에도 반발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중순 갤런(3.8L)당 5.02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3일 기준 4.16달러로 17.1%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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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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