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찾아간 바이든에 "모욕"..OPEC+, 9월 증산량 85% 줄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찾아가 원유 증산을 요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결정을 내렸다.
3일(현지시간) OPEC+는 이날 화상으로 열린 정례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오는 9월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 배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과 8월 각각의 증산량 64만8000배럴에 비해 무려 85%가량 줄어든 규모다.
OPEC+는 이날 성명에서 "석유 부문에 대한 만성적인 투자 부족으로 인해 많은 회원국의 생산 능력이 심각하게 제한된 상태"라고 증산량 축소 배경을 설명했다. OPEC+ 산유국들의 생산 능력이 현재의 증산량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져 증산 속도를 늦추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산유국의 하루 유휴 원유량이 세계 수요의 2%에 불과한 200만 배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6월 OPEC+가 합의한 생산량 목표치를 달성한 산유국은 남수단, 아랍에미리트(UAE), 가봉 등 3개국에 불과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OPEC+를 이끄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의 6월 생산량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OPEC+가 에너지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 증산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너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잡고자 지난달 전격으로 이뤄진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결과가 '무성과'로 최종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흔들린 국정 지지율 회복을 위해 에너지 가격 등 물가안정을 위해 다방면으로 힘써왔다. 지난달에는 사우디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 이후 자신이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헌한 사우디를 직접 방문했다.
또 사건 배후로 지목된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원유 증산을 직접 요청했다. 이를 두고 당시 미국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자존심까지 버렸다는 비판이 들끓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의 라드 알카디리 에너지 및 기후 담당 전무이사는 "OPEC+ 9월 증산량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적은 수준"이라며 "물리적으로는 너무 미미한 양이고, 정치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에) 거의 모욕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배럴당 90달러대인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3일 국제유가는 미 원유재고 증가 소식에 3% 이상 떨어지며 지난 2월 1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년 전 국제유가는 배럴당 60~70달러 사이에서 거래됐다"며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미 외환중개업체인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현재 국제 에너지 위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의 증산량으로, 경기침체 우려에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OPEC+의 이번 결정이 미국과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도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백악관 측은 OPEC+의 증산량 감소에 비판의 목소리 없이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놨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OPEC+이 지난 7월과 8월 추가 증산으로 공급량을 이미 빠른 속도로 늘린 바 있다. 9월 증산량에 만족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사우디의 지난달 하루 산유량은 1078만 배럴이었다.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 국무부 에너지 특사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산유국의) 생산량만 보고 있지 않는다. 현재 유가가 최고점에서 하락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며 OPEC+의 증산량 축소에도 반발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중순 갤런(3.8L)당 5.02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3일 기준 4.16달러로 17.1%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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