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쓰비시, 대법에 "민관협의회가 풀 때까지 기다려라"..외교부도 낸 의견서, 강제징용 해법 같았다
"피징용자에 대한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범정부적인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이 사건 특별현금화 명령 확정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게 될 불이익, 그리고 일본 기업뿐만 아니라 한일 양국 정부나 기업의 마인드 등 한일 관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하여 민관협의회에서 논의를 거쳐 해결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이 사건 항고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보류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미쓰비시 중공업이 강제 징용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상표권과 특허권 특별현금화 명령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에 지난달 낸 의견서 내용입니다. 미쓰비시는 우리 법원의 상표권·특허권 매각 명령에 반발해 왔는데, 왜 상고와 재항고를 했는지 그 이유를 이렇게 보충해 지난달 20일과 29일 대법원에 냈습니다.
■ 한일, 따로 의견서 냈지만 '민관협의회' 같은 해법
7쪽에 달하는 미쓰비시 측 의견서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우리 정부 주도의 민관협의회가 새로 언급된 것입니다. 일본 기업 측 의견서지만 우리 정부가 지난달 시작한 민관협의회가 거론됩니다. 이 협의회에서 배상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그게 확정될 때까지는 매각 명령을 확정하지 말아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26일 참고인 의견서를 냈습니다. 민사소송규칙 134조의2를 근거로 정부가 계류 중인 사건에 따로 의견을 낸 것입니다. 법조계와 외교가에 따르면, 외교부는 '현재 민관협의회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방법을 찾고 있고, 일본과 교섭하면서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재판부가 참고해 달라'는 취지로 의견서를 만들었습니다. 내용 작성은 외교부가 직접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첫 한일 회담 뒤 제출…아직 공개 안 된 외교부 의견서
외교부는 이 의견서를 내고 이틀 뒤 피해자 측이 있는 광주를 찾아가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당시 의견서 내용을 전부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피해자 측은 외교부에서 다녀간 뒤로도 그 내용을 밝혀달라고 했으나, 외교부로부터 거절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할머니의 소송대리인은 "(외교부 의견서도) 문서 열람을 했는데 법원에서 열람 제한조치를 해둔 상태라고 해서 내용을 공개해 달라고 외교부에 몇 번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법부가 공개하지 않는 것을 외교부가 임의로 공개할 수는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에 일본 기업과 우리 정부가 각각 의견서를 냈지만, '민관협의회로 배상 방법을 찾고 있고 그런 외교적 노력으로 현금화를 대신하겠다'는 입장은 같습니다. 우리 대법원이 심리 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점을 어림잡아 양측 다 서둘러 지난달 의견서를 넣었습니다. 제출 시기는 새 정부 들어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직후이기도 합니다. 당시 일본 외무성은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책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한국 외교장관이 말했다"고 한 바 있습니다. 우리 외교장관은 민관협의회 경과를 일본에 설명했다며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했다"고 했었습니다.
■ 더 중요해진 민관협의회, 피해자 측은 다 빠졌다
의견서에 나온 대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배상할 방법을 논의할 민관협의회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러나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피해자 측은 이 논의에서 모두 빠지게 됐습니다. 그나마 지난달까지 회의에 두 차례 참석한 피해자 측이 어제(3일) 돌연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외교부와 신뢰가 깨졌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피해자 측은 당초 오늘(4일) 외교부 측이 따로 방문해 설명하려던 자리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는 여전히 피해자 측이 참석 못 하더라도 이르면 다음 주 세 번째 민관협의회 회의를 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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