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 섬망' vs '"살려달라" 영상'..환자 폭행 혐의 간병인 무죄

신민정 2022. 8. 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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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을 사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이 간병하던 환자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병인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2심 재판부는 ㄴ씨가 사건 당시 인지 기능 저하를 동반한 섬망 증상을 보였던 점, 취침시간이 되면 환자가 수술 부위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ㄱ씨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ㄴ씨의 팔목을 고정했던 점 등을 고려해 "신체의 움직임이 제한되자 몸부림을 치는 피해자를 피고인이 제지하던 상황을 (피해자가) 섬망 증상 등으로 인해 마치 폭행한 것으로 과장하거나 오인 내지 착각해 진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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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환자 손 묶고 꼬집은 혐의로 기소
환자 "살려달라" 동영상 증거로 제출
불 켜진 다인실에, 폭행 부위 상처 없어
"뇌수술 뒤 섬망 증상으로 착각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먹을 것을 사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이 간병하던 환자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병인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1심은 폭행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지만, 2심과 대법원은 뇌수술을 받은 고령의 피해자가 섬망(뇌 기능 저하)으로 인해 착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간병인 ㄱ씨는 2019년 7월28일 저녁 8시께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자신이 간병하던 환자 ㄴ(사건 당시 79살) 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지주막하출혈로 뇌 수술을 받고 입원치료 중이던 ㄴ씨에게 ‘가족과 면회를 했음에도 먹을 것을 사오지 않았다’며 ㄴ씨의 손을 침대에 고정하고, 환자복 안쪽으로 손을 넣어 팔다리를 꼬집고 비튼 혐의를 받았다. 이튿날 밤에도 아무 이유 없이 ㄴ씨의 턱밑을 수회 때린 혐의도 있다.

ㄱ씨는 “ㄴ씨를 폭행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는데, 1심은 ㄱ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ㄴ씨가 수사과정 및 법정에서 범행일시에 혼돈을 보이긴 했지만 진술에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ㄱ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없는 점을 들어 ㄱ씨의 폭행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같은 병실을 사용했던 다른 환자의 보호자가 찍은 영상에 ㄴ씨의 “살려달라”는 음성이 녹음된 점도 유죄의 증거라고 봤다.

그러나 2심은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ㄴ씨가 사건 당시 인지 기능 저하를 동반한 섬망 증상을 보였던 점, 취침시간이 되면 환자가 수술 부위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ㄱ씨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ㄴ씨의 팔목을 고정했던 점 등을 고려해 “신체의 움직임이 제한되자 몸부림을 치는 피해자를 피고인이 제지하던 상황을 (피해자가) 섬망 증상 등으로 인해 마치 폭행한 것으로 과장하거나 오인 내지 착각해 진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동영상 속 “살려달라”는 음성에 대해서도 “병실 불이 켜져 있고 사람들이 대화하는 목소리도 확인되는 바, 이런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불편함을 호소하면서 한 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밖에 ㄴ씨가 폭행을 당했다는 부위에 특별한 외상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ㄱ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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