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에 이건희컬렉션 관리까지 무책임.. 국립현대미술관 채색화전 논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생의 찬미:한국 채색화 특별전’은 최근 열린 전시 중 유례없는 논란이 일고 있는 전시다. 여러 비판이 제기되는데 이를 역사왜곡·작품선정·작품관리 3대 쟁점으로 살펴봤다. 이를 위해 지난달 21일 전시장을 찾은 뒤 전문가 의견을 구했다.
①역사 왜곡
이번 전시는 국립미술관이 최초로 ‘한국의 채색화’란 타이틀을 내 건 전시다. 한국 채색화 역사를 정립하는 첫 자리인 셈이다. 하지만 의미와 중요성이 무색하게도 ‘엉터리’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체불명의 잡동사니”라는 혹평을 넘어 “불쾌하다”, “분노한다”고 말한다. 국립예술기관의 “역사 왜곡”이자 “대중 기만”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민화 전시를 열고 이를 상위개념인 채색화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을 하는데, 전시장 실상은 그보다 더 중구난방이다.
전시장 곳곳 설명에 채색화와 민화 설명이 뒤섞여 있다. 민화에 담겼던 소박한 길상(吉祥)과 벽사(辟邪)의 역할을 언급하면서 정작 민화라는 말은 빼는가 하면, 민화를 설명하는 자리에 채색화란 용어를 썼다가, 민화 특성을 채색화 전체 특성으로 설명하는 문구가 쓰여있기도 하다. 한 문단 안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시 후반부 연표를 보면 아예 우리 미술사를 ‘채색화’와 ‘한국화’로 구분해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정리했는데, 채색화 부분은 민화라는 말을 처음 만든 야냐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를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존 채색화사(史)에 포함됐던 창덕궁 부벽화 제작, 이당 김은호(1892~1979·친일행위자) 등은 채색화가 아닌 한국화 파트에 적혀 있다. 채색화, 한국화 연보는 각각 민화사, 채색화사를 잘못 쓴 것처럼 보인다.
그는 “민화 전시를 하려 했던 모양인데 갑자기 ‘한국 채색화전’이라고 해 놓으니 우리가 알고 있던 채색화 개념이 완전히 흔들리고, 우리 미술사 왜곡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예사가 이렇게 했을 리는 없고 훈수가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공공미술관장 출신 미술사 박사는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확실하게 틀린 게 바로 ‘한국 채색화 특별전’이라는 제목 자체”라고 했다. 그는 “이 제목은 너무나 중요한 콘셉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얕은 전시가 돼 보기에 불편한 것”이라며 “공부가 덜 됐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사실 동양 미술에서 색깔이 있는 작품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원래 청록산수화에서 시작한다. 동양 사고구조에서 색을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으로 구분했을 때, 유럽은 색이 있는 것이 ‘리얼(real·실제)’이라고 보지만 동양 사상은 반대로 색을 걷어내 본질을 봐야한다는 철학이 있었다. 그런 맥락에 대한 공부 없이 표피적인 전시가 됐다”며 “르네상스 작품을 모아놓고 어떤 철학에 기반했는지 없이 ‘르네상스 색깔전’이라는 전시를 한다 치면, 이게 얼마나 이상하겠느냐”라고 했다.
지난 29일 현장에서 담당 학예사와 학예팀장은 취재 문의에 응하지 않았고 대신 홍보팀 관계자가 반박했다. 민화와 채색화를 동일 개념으로 규정한 이유를 묻는 질의에 홍보관은 “오해다. 채색화와 민화를 같은 개념으로 본 전시가 아니며, 우리도 채색화를 더 큰 개념으로 본거다”라고 했다.
②작가·작품 선정
전문가들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작품 선정까지 문제라고 지적한다. 거론되는 사례는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내가 왜 채색화가냐”고 오히려 주변에 의문을 호소했다는 모 중견 화가,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과의 친분으로 전시에서 대표작이 됐다는 의혹을 받는 불교계 인사 A, 윤 관장이 2019년까지 이사를 지낸 B화랑 재단 관련 작가 C 등이다.
황 평론가는 “소위 민화를 앞세운다 해도, 어떻게 아마추어로 그림을 그리는 A 그림이 우리나라 대표적 채색화 작품으로 그 넓은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느냐”며 “검증받지 않은 작가, 그림들을 한국의 대표 채색화라 하고, 안상수, 오윤의 흑백 작품까지 채색화라고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그는 “우리나라 채색화 중심은 누가 뭐래도 일제강점기 김은호와 그의 제자들이 대표적이고, 천경자, 박생광을 중심으로 한 올오버(전면) 페인팅 채색화인데, 그런 중심적 작품들은 싹 빠졌다”며 “같은 미술관 3층에 있는 한국미술사 상설전 내용과도 모순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미술관 홍보관은 “A스님과 친하지 않은 분이 문화계, 미술계에 어딨느냐”며 의혹을 일축했다. 또 “C의 경우도 십장생, 일월오봉도 이미지를 보고 학예사가 선정한 것”이라며 “윤 관장님은 이 작가를 알지도 못할 것이라고 (학예사가) 한다”고 전했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작인 이상범 ‘무릉도원’(1922)은 작품 관리 논란까지 불렀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주최로 지난해 7월 21일부터 올해 6월6일까지 11개월간 열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한국미술명작’전에 나온 바 있다. 비단에 채색 방식으로 제작된 100년 된 고서화여서 극도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1년 가까이 전시장에 쇼케이스도 없이 노출됐는데, 이번 전시에 연속해서 나오자 전문가들 우려가 나왔다. 적게는 3개월, 길어도 6개월 이상 내놓아선 안 되며, 전시 후엔 그보다 훨씬 긴 휴식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무릉도원’은 지난 1일 철수했다. 결국 지난해 7월21일부터 올해 5월20일까지 10개월 전시되고 11일간 보관실에 둔 뒤, 2개월간 다시 전시된 셈이다.
한 공공미술관장 출신 인사는 “‘현대모란도’ 상태에 문제가 생겼다면 다른 작품으로 교체해 걸면 되는데 그냥 빈 자리로 방치한다는 건 국립 답지 않은 운영 미숙”이라고 “현재 그 미술관 조직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9월25일까지.
글·사진=과천=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호중, ‘술 더 마신’ 전략 통했나?
- 구역질 중 목에서 나온 지독한 ‘알갱이’… 입냄새의 ‘주범’ 편도결석 [건강+]
- “정준영, 내 바지 억지로 벗기고 촬영…어둠의 자식이다” 박태준 발언 재조명
- “제주가 중국 섬이 된다고?”…외신도 지적한 한국의 투자 이민 실태 [수민이가 화났어요]
- “껌 자주 씹었는데”… 대체감미료 자일리톨의 건강 위협설 [건강+]
- “영웅아, 꼭 지금 공연해야겠니…호중이 위약금 보태라”
- 부모 도박 빚 갚으려고 배우 딸이 누드화보…주말극 ‘미녀와 순정남’ 막장 소재 논란
- 구혜선, 이혼 후 재산 탕진→주차장 노숙…“주거지 없다”
- "호중이 형! 합의금 건네고 처벌받았으면 끝났을 일… 형이 일 더 키웠다"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