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갈등 격랑 韓 불똥 우려.."韓, 中 '불장난' 휘말리지 말아야"
美에서도 펠로시 대만行 한미동맹 악영향 우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전격적인 대만 방문 이후 미중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여진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나 3일 한국에 도착한 이후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외교가 안팎에선 대만문제를 비롯해 북핵문제와 한국의 미 주도 반도체 공급망 대화인 ‘칩4’ 참여 등 한중관계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마무리된 뒤에도 중국은 잇달아 군사·경제적 조치를 취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착수한 중국은 4일부터 사흘간 사실상 대만을 포위한 형태로 설정한 실사격 훈련에 나선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머무르던 3일에는 J-11 전투기를 비롯한 군용기 27대를 수 분 내 대만에 도달할 수 있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전개시키기도 했다.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모래 수출과 과일, 수산물 수입 중단 등 경제보복 조치도 착수했다.
중국의 군사·경제적 조치가 표면적으로 대만을 향하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각에선 펠로시 의장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대만을 방문한 직후 한국을 찾으면서 미중갈등 여파가 한중관계를 비롯한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관측은 미국 내에서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와중에도 중국에 맞서기 위해 전략적 경제·안보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다”며 “펠로시 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이 백악관의 그간 노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NYT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추가 배치 가능성이 거론되자 중국이 한국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중국을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한국은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펠로시 의장의 동아시아 순방과 관련 순조롭게 마무리되기를 바란다면서 “대화와 협력을 통한 역내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기조하에 역내 당사국들과 제반 현안에 관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미중 간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대만문제가 역내 현안으로 떠오르고 미중갈등이 격화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이어 미국, 일본, 대만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대화인 이른바 ‘칩4’ 참여를 검토중인데 모두 중국이 반발하는 사안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반발을 모른 척 할 수만도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지난 5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이 핵심적으로 관리해야 할 품목 228개 중 75.5%인 172개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을 벗어난 공급망 자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휴가와 겹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한 기간 펠로시 의장과 따로 만나지 않는 것은 미중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과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 도착시 아이돌급 환대를 받은 것과 달리 한국 도착 때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갈등 격화 속 한중관계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한중 간 고위급 소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안보와 경제 등 현안을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으로서는 미중 사이에 갈등이 불거질 경우 국익과 무관한 사안이면 거리를 두고 원칙만 재확인하는 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한중관계에서 호재보다는 악재가 될 함정이 있는데 스스로 함정으로 걸어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중국이 한국에 나름 불만은 있지만 지금까지 상당히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고 미국과 일본을 향해 포를 쏘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장난’을 거론했는데 한국이 먼저 불을 질러 불장난에 휘말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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